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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

 

지난해 10월 미국을 업무적으로 방문했다. 세계 경찰장 총회(IACP)가 미국 해안도시 시카고에서 열렸다. 세계 120여개국 3만여명의 경찰 대표들이 모였다. 마약, 테러, 성매매 등 국제범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 토론회 등이 일주일간 숨가쁘게 열렸다. 그런데 행사가 진행되면서 세계 각국 경찰의 고민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범죄는 날로 흉포화, 국제화, 지능화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지하자본과 연계된 범죄조직들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도주에 사용한다. 암암리에 고급 로비스트를 고용해 국가권력에 접근하거나 교묘히 법망을 빠져 나간다. 그러다 보니 중대범죄인을 뻔히 알면서도 눈앞에서 놓치거나 손도 못대는 일이 버젓이 벌어진다.

특히 국제범죄 조직들의 범죄놀이는 국경없는 전쟁 수준이다. 총칼을 들고 국경을 넘거나 사람을 죽이지도 않는다. 컴퓨터 몇대로 상대국가의 군사요충지나 국가운영체계를 한순간에 마비시켜 버린다. 거미줄같은 전산망을 이용해 범죄정보를 공유하고 자금을 주고받는다.

일주일간의 마라톤 회의가 끝날 즈음 세계 경찰들이 내린 결론은 ‘협력(cooperation)’이었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형사범죄부터 국제범죄까지 크고 작은 범죄에 경찰이 좀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경찰 관서간, 기능간, 경찰관 개인간 협력이 우선이라는 것이고, 나아가 국제경찰간 협력 그리고 경찰과 국민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최근 우리나라 경찰이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경백이라는 삐끼출신의 술집사장에 놀아난 경찰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이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원에서는 중국인에게 끌려간 여성이 112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빨리 찾아내지 못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두가지 사안으로 볼 때 경찰이 억울한 면도 있고 할말도 있겠으나, 국민 정서상 입이 열 개라도 말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것들이 문제로만 남아서는 곤란하다. 이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나는 그 대안을 국민과 경찰과의 ‘협력’에서 찾고 싶다. 부패에 물들어가는 경찰을 본다면 옆에 있는 경찰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더불어 경찰 또한 부패에 동조하려는 국민이 있다면 단호하게 경고하고 이를 문제시 해야 한다.

범죄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이번 수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분석해 보면 경찰의 안이한 대응에도 문제가 있지만 현장 경찰관들이 수사를 하는데 뭔가 걸림돌이 있다. 바로 법적 걸림돌이다. 범죄를 발견하기 위해 야간이나 심야에 남의 집을 수색할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번에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이 현장에 나가 가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가택 출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가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는 강제로 문을 손괴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부서진 문은 경찰관 개인이 변상해 줘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남편에게 얻어맞고 있으니, 경찰이 강제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오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부서진 문값은 경찰관이 변상해야 한다.

전국 240여개 경찰서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해 경찰관이 적극 대처했다가 경찰관이 개인적으로 변상해준 금액이 1년에 7억3천만원이나 된다. ‘국가 손실보상제’ 법안은 국회에서 4년째 잠자고 있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주어지는 경찰 입장에서 보면 난감하다. 제대로 된 경찰역할! 경찰관 개개인의 의식과 조직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지와 협력 그리고 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김선우 경찰청 대변인실 온라인 소통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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