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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두 번 못 볼 책!

 

며칠 전 대단한 책을 만났다. 여기서 대단하다는 표현은 정신을 살찌우는 양서(良書)와는 별개! 제목은 권력전쟁(權力戰爭), 부제(副題)는 ‘그들은 어떻게 이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

소설가 이병주 선생이 말하기를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볕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는데, 등장하는 사람 모두가 신화(神話)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진시왕, 유방, 여포, 측천무후, 홍수전 등등. 우선 지루하지 않았다. 재미가 있었다. 아, 그랬구나! 귀 동냥했던 주인공들의 실수를 잘도 잡아냈다. 그리고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렸다. 밤 10시에 시작해서 이튿날 새벽 4시쯤 후기(後記)를 읽었으니……. 근래에 드문 일이다. 책을 덮으면서 떠올린 것은 “정의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기는 것이 정의가 된다” 좀 고약한 결론을 내렸다.

우선 권력은 무엇인가? 저자 뤄위밍은 머리말에서 버드란트 러셀을 동원했다. 러셀은 권력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 중에 권력욕이야말로 가장 강렬하며 근본적인 욕망”이라 했다. 아마 사회과학에서 권력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에너지와 동일한 뜻으로 쓰이는 듯 보였다. 덧붙이기를 “재물에는 한계가 있지만, 권력을 추구한다면 한계가 없다” 요즘 뉴스에 현직(顯職)에 있던 사람들이 검찰청 출입이 잦은 것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헷갈린다.

책 일부를 소개한다. 기원전 조나라에는 여불휘란 거상이 있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어렵다는 세평을 받고 있던 왕자가 여불휘의 집을 방문하자, 요새말로 올인을 한다. 이 자리에서 왕자가 여불휘가 가장 아끼는 여인을 욕심낸다. 여불휘의 씨를 이미 잉태하고 있었지만 왕자에게 시집을 보내버린다. 태어난 아이가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왕이다.

신하된 자로 초고의 지위인 상국(相國)이란 벼슬에 오른다. 결국 신임을 아끼지 않던 황제가 죽자 승승장구하던 여불휘도 생물학적 친아들인 진시왕과 권력 전쟁을 벌인다. 결국 진시왕이 보내준 독배를 마시고 세상과 이별한다.

저자 뤄위밍은 여불휘를 평하길 왕자를 황제로 옹립했을 때는 지혜로웠으나, 상국으로 임명되었을 때 자만했으며, 그 이후에는 매사 현상만 유지하려했다고 평했다. 우유부단이 실패의 원인이라 평했다. 이 책은 삼국지를 축소시켜 놓은 것이다. 삼국지를 두고 오래 전부터 말이 많았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수능에 수석한 학생이 논술 시험에 삼국지를 읽은 덕이라고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그 해부터 입시철만 되면 삼국지가 계절 베스트셀러가 됐다. 요즘도 수능철이 되면 신문에 “누구누구의 삼국지만 읽으면 논술 걱정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광고 어김없는데…. 누구누구의 삼국지 저자와 허물없는 이야기를 곧잘 주고받는데, 그 친구왈 “인터뷰한 수석학생 어떤 친구인지 만나고 싶지만 이상한 말 나올 것 같아 참았다”고 했다.

하여간 이처럼 삼국지 예찬하는 사람도 많지만 삼국지 열 번 읽은 친구와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독설하는 사람도 있다. 권모술수의 백화점, 위선의 극치, 인간쓰레기 잡화점 등등인데, 심지어 우리 국민성을 삼국지가 버려났다고 말하는 중국인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책은 책일 뿐이다. 괴테의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내보았자 부모, 친구 눈물 뺄 일만 남았을 뿐….

하여간 <권력전쟁> 두 번 볼 책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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