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취객들이 새벽을 몰고 왔다.
새벽은 구역질로 인육의 냄새를
뿌려놓고
발로 차고 부수며
화풀이도 모자라
독수리에 침을 뱉는다.
거친 삶들이 출렁이는 혓바닥
이 밤을 지나 아침까지 수많은 말들을
들어줄 재간이 내겐 없다.
송수화기에서 휴대폰소리
또다시 새벽을 깨운다.
해남에서 급행 통신선을 타고
달려온 아버지의 전언이다.
별일 없느냐?
아이구! 아버지께서 이 시간에!
밤새 꿈자리가 너무 안 좋아.
꿈속에서 내가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노인네 안심이라도 한 듯
어여! 들어가라 하신다.
자식 걱정하는 아버지는
꿈속에서 아들과 만났고
나는 술 취한 취객들과
긴긴밤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