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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국민을 위한 위치정보법 정착되려면

 

5월 14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개정안이 공포돼 11월 15부터는 경찰도 112신고 중 긴급한 상황에서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 SOS인 112신고에 1분, 1초라도 빨리 현장에 출동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계기로 이제야 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사실에 경찰관으로서 국민께 송구할 따름이다.

이렇게 위치정보법이 개정됐지만, 오남용의 우려로 경찰에 부여된 위치정보 조회권한은 크게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경찰이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범위는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받을 본인이 112신고를 한 경우’와 ‘범죄현장을 목격한 목격자가 112신고를 한 경우’에 한정된다. 사례를 들자면 집에 강도가 들었을 경우 ‘저희 집에 강도가 침입했어요’라고 112신고를 한다면 경찰은 별 다른 동의없이 바로 위치를 추적해 순찰차를 출동시킬 수 있다. 또 골목길을 지나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피해자를 목격하고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어요’라고 112신고를 한다면 경찰은 목격자에게 ‘위치추적 조회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동의를 얻은 후 목격자 휴대전화의 위치를 조회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목격자가 아닌 제3자의 신고는 위치추적이 불가능하다. 부모나 배우자 등이 범죄피해자의 문자 및 전화를 받고 대신 신고를 해도 위치정보법을 통한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 이런 경우 경찰이 다시 범죄피해자에게 연락을 해 위치정보 조회 여부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살인·강도·강간·납치 등 구조를 필요한 범죄피해자가 경찰의 연락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자살기도자, 성년의 가출자나 행불자, 치매노인 등 제3자 신고도 불가능하다. 단, ‘실종아동 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14세 미만 아동이 실종된 경우 보호자의 신고는 예외적으로 조회가 가능하다.

경찰의 위치정보 오남용을 우려해 제3자 신고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뒀다고 하지만, 소방의 경우 ‘배우자, 2촌이내의 친족 또는 후견인’인 경우 위치정보조회가 가능한 것에 비교하면 경찰관으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국회, 국민이 법개정을 통해 제3자 신고에 대해서도 경찰의 위치정보 조회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위치정보 조회의 오차범위도 문제다. 기존 기지국방식은 오차범위가 수백m에서 수㎞에 달한다. 신속한 현장출동이 가능하려면 오차범위가 20∼50m로 비교적 정확한 GPS를 활용한 위치확인이 필요하지만 국내에 보급된 일반 휴대전화 중 GPS를 내장한 비율은 20%에 불과하고, 스마트폰도 일부 통신사는 GPS 위치추적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거나 탑재돼 있더라도 GPS를 활성화 해놓지 않으면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다.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출고시 GPS 위치추적 기능을 의무화하고, 112·119 등 긴급전화시 GPS를 자동으로 활성화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경찰은 법개정에 따라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조속히 갖춰야 한다. 현재의 낙후되고 지방청·경찰서 단위로 분산돼 있는 112시스템으로는 위치정보 조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국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올 연말을 목표로 112신고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지만 법 시행에 맞춰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돼야 한다.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도 절실하다. 위치정보는 부정확 할 수 밖에 없다. 비교적 정확한 GPS 위치정보라 할 지라도 실내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오차가 100m라고 가정하더라도 시내에 반경 100m 내 수많은 건물과 주택이 있다면 수색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때 국민들도 위치정보의 한계를 같이 인식하고 내 가족, 내 동료의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찰의 수색에 적극 협조하는 등 성숙한 치안의식을 발휘할 때 수원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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