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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민원전철은 ‘민폐전철’

상담코너·민원발급 장비설치 하루 4회 왕복운행
“혼잡한데 자리 축낸다” 빈축… 사실상 무용지물
한산해도 무관심… 주위 신경쓰여 상담 꺼리기도
혈압만 재도 실적 반영되는 전시운영 개선 절실

 



“좌석은 커녕 서 있기도 불편한데…”

지난 17일 오전 7시35분 신도림역. 서동탄을 출발한 서울 성북행 열차가 들어서자, 출근길의 피곤함이 역력한 승객들이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앞다퉈 몸을 실었다. 하지만 5번째 칸에 탑승한 몇몇 이들은 ‘익숙한 전철의 낯선 내부’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린 채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총 10량으로 구성된 전동차의 5번째 칸은 지난 2010년 11월29일 첫 운행을 시작한 ‘경기도 민원전철’이 자리잡고 있다. 민원전철은 각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건강·생활민원·일자리·금융상담코너, G마크 농특산물 판매코너 및 무인민원발급기, 노트북, 태블릿PC 등의 편의서비스 장비가 설치돼 있다.

정차역마다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붙박이로 설치된 상담 및 편의시설은 승객들의 공간마저 차지한 ‘불편한 시설물’로 전락해 버렸다.

전체 54석 중 노인·장애인석 등 13석을 제외하고 민원실로 개조된 민원전철은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에 행정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려고 민원전철을 개통했다”던 김문수 지사의 말과는 달리, 출퇴근 시간대에는 혼잡도가 높아 아예 민원상담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평일 4회의 운행 중 출퇴근시간과 맞물린 절반 가량은 민원해결 창구로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자리만 축내는 ‘불편 전철’과 다름없었다.

매일 안양에서 종로로 출근한다는 유모(32·남) 씨는 “미어터지는 출퇴근시간에 민원해결이 가능한지 자체가 의문스럽다”며 “앉을 자리도 부족한데 이런 시설이 들어차 있으니 짜증만 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 관계자의 시각은 전철 이용객의 시선과 달랐다. “출퇴근시간 상담 운영은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면서도, “일반 칸과 민원전철 칸의 좌석수 차이가 크지 않아 큰 불편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2·3회차 상·하행 민원전철은 출퇴근 시간대와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 속에 정상적인 민원상담을 시행하고 있었으나 실 이용자들은 많지 않았다.

건강상담 코너에서 혈압을 재는 이들도 있었지만 노년층이 많았다. 청년층 승객들은 거의 본인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눈길을 둔 채 일자리·생활민원·금융 등의 실질적 민원상담은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민원전철은 지난해 11월 찾아오는 승객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고정배차제를 실시했으나 ‘전철’이라는 이동수단의 특성상 목적을 갖고 관공서를 방문하는 것과 같은 의도성보다는 생각 없이 마주친 ‘우연성’에 기초한다.

이 때문에 탑승자 입장에선 느닷없이 마주한 민원전철에 구체적인 민원을 갖고 ‘목적지까지’란 짧은 시간동안의 상담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더욱이 일자리상담 코너를 제외한 나머지 상담석은 사실상 개방된 형태. 타인이 상담과정을 지켜보거나 내용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등 보호막이 없어 상담 자체를 꺼리는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군포 금정역에서 하차한 주부 안모(36·여) 씨는 “금융 상담을 받아볼까 했지만 누가 들을까 신경이 쓰였다”면서 “내릴 곳이 가까워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그냥 내렸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시행 초기도 아니고 지금은 사업이 많이 안정된 상태”라며 “현재는 특별한 개선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말 기준 7만1천989건의 상담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민원 전철’. 그러나 향후 혈압만 측정해도 실적으로 반영되는 단순실적 계산법이나 전시적 운영에서 벗어나 실질적 민원서비스 창구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민원전철은 국철 1호선 병점역 기준으로 평일과 주말 관계없이 매일 오전 6시44분, 오전 10시41분, 오후 2시31분, 오후 6시34분에 출발해 성북역까지 하루 4회 왕복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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