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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타깝다, 수원연화장 노무현 추모비석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수원연화장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우울해진다. ‘노무현대통령 작은 비석 수원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2일 오전 수원시 연화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비를 세우려고 했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이 항의농성을 벌여 공사가 중단됐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수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갈등이 수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거행된 국민장의 일부행사로 노 전대통령의 유해는 지난 2009년 5월29일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됐다. 이에 추진위는 3주년을 맞아 그를 기념하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하고 모금을 해왔다. 지난 19일 수원시로부터 설치허가도 받았다. 그런데 일부 보수단체는 ‘수원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사의 추모비를 왜 수원에 세우는가’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노 전 대통령이 수원에서 화장식을 해 추모비 건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승인을 했다. 행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분명 수원사람이 아니다. 그의 유해는 국립묘지도 아닌 고향인 경상남도 봉하마을에 안장됐다. 하지만 그는 수원과 분명히 관계가 있다. 그는 육신을 이곳에서 한줌 재로 바꿨다. 그의 육신이 수원연화장에서 불태워지던 날 엄청난 인파가 이곳으로 몰려들어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이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수원시민들이 자발적인 성금을 모아 작은 비석을 만들었고 3주기를 맞아 수원연화장에 설치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는 이념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설치를 둘러싸고 이념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노무현은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의 이장이 아니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기념비를 반대해서 안 되듯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기념비도 반대해서는 안 된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고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좋아하고 추모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우리 사회를 나누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으로 작은 추모비 하나 설치하지 못하는 현실에 그저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철천지원수라도 세상을 떠나면 용서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었는데 언제부터 죽음조차도 용서하지 못하는 옹졸한 사회가 되었는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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