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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학교폭력 방관은 큰 죄

 

대구에서 어린 학생이 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필자는 경찰관으로서 전국 지방경찰청을 순회하며 지역주민, 학생, 교사와 경찰이 한자리에 모여 학교폭력 대책을 논의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 어른들이 학생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자살한 학생은 유서에서 부모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름 세상을 보는 눈이 있었고, 아픔을 담는 그릇이 있었다. 학교폭력 간담회에서 한 학생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번 한번 참으면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힘든 상황을 마음의 그릇에 담아둬요. 그리고 그 그릇이 가득차서 넘치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신고하겠지’, ‘신고하면 나도 찍혀서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닐까’하는 책임 회피 속에 문제를 바라만 보고 있는 수많은 방관자가 존재한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어떻게 바꿨을까. 그들 가슴에 구멍이 생기는 동안 우린 무얼 하고 있었나. 지난 2월 지하철 7호선에서 여중생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을 때도 피해학생의 애절한 눈빛을 애써 외면하던 방관자들이 있었다. 경찰은 그 어떤 범죄보다도 아이들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513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을 구성해 끊임없이 전문화를 시키고 학교와 유대관계를 맺고 지역사회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17 학교폭력 신고전화의 적극적 홍보로 피해자 직접 신고가 늘어 6월 내 전국 지방청에 확대 설치된다.

‘경찰아저씨들이 개입하는 건 좋지만, 사건화 되고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지고 공개되는 건 싫어요’, ‘경찰이 아닌 어른으로서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때리고 못살게 굴었지만 ‘가해학생도 한 명의 학생이고 우리의 친구’라며 사회에서 배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의 순수하고 마음넓은 아이들이다.

경찰은 학생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걸 바라는지에 대해 듣고 또 들어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찰아저씨’가 돼 줄 것이다. 더불어 책임있는 어른들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르웨이에서 시행하고 있는 ‘Stop bullying(멈춰 폭력) 운동’이 한국에서도 조금씩 퍼져 가고 있다. 학생을 괴롭히거나 폭행하는 행동을 목격하면 누구든 먼저 보는 사람이 반사적으로 ‘멈춰!’라고 외치는 것이다. 나와 내 친구를 진심으로 보호하기 위한 마음에서 나오는 외침이다.

오즈의 마법사에게 양철나무꾼이 따뜻한 심장을 갖게 해달라고 하자, ‘심장은 줄 수 있으나 그 심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너에게 달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학교폭력을 보고도 방관한다면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그로 인해 목숨을 끊게 된다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꿈과 희망을 어깨에 맨 학생들!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마법처럼 술술 풀린다. 우리 학생들이 건강하게 뛰어놀고 있는지, 얼굴 가득 근심 걱정은 없는지 이 시대 어른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할 보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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