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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이래서 못 본척, 모른 척 하는 걸까

 

교사들이 학생 폭력을 보고도 못 본 척, 모른 척, 못 들은 척 해 폭력을 더 키운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3척을 한다는 것은 교원의 도리가 아니다. 어찌 보면 스승으로서의 존경 받지 못하고 비난 받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즈음 사건을 보면 이 3척에서 누구인들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40대 남자 회사원이 새벽 1시경, 술 취해 귀가하던 중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중생을 보고 훈계하다 격분해 그만 뺨을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취중에도 학생에겐 담배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훈계한 것이다. 여중생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다정한 말로 선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저씨가 담배 사줬어요? 여자가 담배 피면 안 되나요?” 하고 항의하듯이 말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분 상하는 반응이 있더라도 빰을 때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잘 가르치려고 하려다 감정이 격해져 그만 실수를 했을 것이다. 그 결과 흡연 학생은 자기를 선도하려는 것이 고마운 것이 아니라 맞은 것이 억울해 이 남자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해 불구속 입건됐다. 차라리 모른 척, 못 본 척 하고 지나쳤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경찰서에서 조서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도하기 위한 행동으로 불구속이란 망신을 당했으니 다음부턴 폭행, 흡연, 성추행 장면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피하게 될 것은 뻔하다.

교사가 학생에게 매맞는 시대

지난 5월이다. 경기도 모 중학교에서 수업 중 집중하지 않는다고 A군의 머리를 두세 차례 툭툭 쳤다고 A군이 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교사는 병원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쉰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의 부모는 사과는 커녕 먼저 때린 교사가 원인 제공을 했으니 교사가 잘못이라고 당당하게 항변했다고 한다. 학생 인권 조례로 학생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머리를 툭툭 친 것은 잘못임엔 틀림없다. 그렇다고 교사를 폭행해 병원 치료를 받게 한 학생이 정당방위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제자를 폭력으로 고발할 수도 없을 것이고, 이 사건을 법적으로만 따질 수 도 없는 것이 학교 현실이다. 교사 행위가 원인행위라면 부모가 자식을 때렸다고 해 부모를 폭행했다면 이것도 부모가 원인행위를 했으니 자식의 부모폭행이 정당한가를 묻고 싶다. 그래도 이 교사는 교원의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훈계해 인간을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망신을 당했으니 다음부터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던, 문자 메시지를 보내던, 금품을 갈취하던, 흡연과 음주를 하더라도 못 본 척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학생 비행에 참견해 학생과 부모에게 매 맞고 병원 치료하며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지도 못하는 동료를 옆에서 보니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다는 일부 교원들의 항변도 이해가 간다. 필자가 교사 때 숙제를 안 해도, 지각해도, 점수가 떨어져도, 소란을 피워도 대다수 교사가 회초리로 행동을 수정해 왔다. 학생들이 매 맞고 집에 가서 부모한테 말하면 오히려 부모님한테 또 꾸중을 듣는다. 자녀 편을 들어 주기는 커녕 잘 맞았다. 더 때려주라고 선생님한테 일러야겠다고 교사 편을 들어 줬다. 집에서도 선생님한테 말 한다면 무서워했다. 그 당시엔 학생들이 제일 무서운 사람이 선생님, 경찰, 동네 할아버지였다. 이 세 분들은 못 본 척, 모른 척 하지 않고 보는 대로 훈계하고 벌 줘 행동을 바르게 고쳐줬기 때문이다.

학생 선도 교사, 되려 폭행 피해

지금은 모두 학생들에게 매 맞는 시대가 됐으니 못 본 척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호주의 마을버스 기사 이야기가 생각난다. 버스에서 학생들이 웃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버스를 세워 자리를 양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 학생이 불응하면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학교에 통보해 징계를 받게 하며, 다시는 그 버스에 못 타게 한단다. 우리도 이런 사회적인 교육 풍토가 정책적으로 추진돼 호주 마을버스 기사의 선행을 우리 시내버스 안에서도 보고 싶다. 그 이전에 학교 현장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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