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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소리 없는 살인자, 질식재해

 

산소가 소비되거나 유해가스 누설로 농도가 감소하면 인간의 뇌는 순간적으로 활동을 정지한다.

2분이 경과하면 대뇌피질세포가 붕괴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세포붕괴로 이어져 생명을 잃게 된다.


하절기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고 머지않아 장마도 시작될 것이다. 여름철에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해 작업자의 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밀폐공간에서 발생하는 질식사고이다.

지난해 7월 2일 고양시에 소재한 한 대형마트 지하 냉동기계실에서 냉매로 쓰이는 프레온가스가 새어나와 공기를 몰아내 산소결핍현상이 발생한 지하실 점검을 위해 들어갔던 작업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또 같은 해 8월 28일 부천시 소재의 한 선로공사현장에서 작업자가 맨홀에 들어간 후 2분 만에 일산화탄소에 의해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직원이 보고 구출하러 맨홀에 들어갔으나, 작업자 중 1명은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가 발생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얼마 전에는 충남 서산에서 생강저장굴에 들어간 노인과 구조하러 들어간 이웃주민이 생강가스에 질식돼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여름철만 되면 기온상승과 잦은 호우로 멘홀, 오페수처리장, 저장탱크 등에서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지고 유해가스가 발생해 산소결핍현상이 생긴 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이 부지불식간에 질식사고로 희생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질식사고로 171명이 희생됐고 이중 절반이 하절기인 6~8월에 발생했으며, 특히 지자체와 공공기관 발주공사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79%의 질소, 21%의 산소가 섞여있는 공기가 없으면 잠시라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 인체는 평상시 분당 0.2~0.3ℓ의 산소가 필요하고 노동 등으로 활동량이 많아지는 경우 3~4ℓ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인간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산소가 소비돼 버리거나 산소 이외의 다른 유해가스가 발생하거나 누설돼 산소농도가 감소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 처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뇌가 활동을 정지하게 된다. 2분이 경과하면 대뇌피질세포가 붕괴되고 점차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세포붕괴로 이어져 생명을 잃게 되는데 이것이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이다.

질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산소결핍위험작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데 있다.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업체가 영세해 체계적인 작업관리를 하지 못하고 발주업체인 원청사의 관심부족도 문제이다.

멘홀과 같은 밀폐공간이나 장기간 방치돼 있던 탱크 등의 보수 청소작업시 반드시 필요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측정기 공기호흡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라도 이런 후진국형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질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 전에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존재여부를 측정하고, 환기를 시킨 후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의 준수가 중요하다.

지자체, 공공기관 등 발주업체 및 감리업체에서는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통해 하청업체의 작업을 감독해야 한다. 산소결핍위험장소에서 작업을 실시하는 하청업체에서는 교육을 통해 작업자를 전문화시키고 산소결핍작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와 비상용 기구를 완비한 후 작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장비를 갖추고 표준작업절차를 교육시키는데 필요한 투자를 하고, 작업자는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작업에 임하는 안전문화를 정착시켜 더 이상 질식사고로 인해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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