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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당의고전]無義之朋不可交 (무의지붕불가교)

의리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전해온 이야기다. 하루는 아버지가 아들을 불러놓고 “너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몇이나 되느냐”하고 물으니 “예, 친구가 하도 많아 일일이 다 세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고 답하자, 아버지는 그 많은 친구 중에 정말 믿을 만한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한번 시험이나 하자고 하면서 피가 가득 묻은 커다란 자루를 지게에 올려놓고 어두어진 저녁에 이 지게를 지고 아들이 가장 친하다는 친구를 찾아가게 했다.

친구한테 가 내가 실수를 해 사람을 죽였는데, 빨리 좀 나와 이 시체를 숨겨줬으면 한다고 말하니, 그렇게 믿었던 친구가 질색을 하면서 대문을 닫아 걸고 들어가버린다. 아들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여러 친구 집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지게를 받아 지고서 자신의 친구 집을 찾아갔다. 외딴집에 이르러 급하게 대문을 두드리니 친구가 나오자, 아버지는 “여보게 친구, 방금 아들이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이 시체와 우리 부자를 좀 숨겨주겠는가” 하니 쾌히 승락하고 그 피 묻은 시체를 다락에 숨겨두고 술상을 내오며 마음부터 안정을 취한 다음에 뒷일을 상의해 보자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여보게 친구. 사실은 저 피 묻은 자루 속에는 삶은 돼지 한 마리가 들어있네. 친구를 사귈 줄 모르는 내 자식에게 진정한 친구의 사귐을 교훈으로 보여주고자 자네의 믿음을 시험해 보았으니 정말 미안하네”라고 했다.

상식만천하지심능기인(相識滿天下知心能幾人)이라 했다. 서로 얼굴 아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겠는가.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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