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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유영근"여름나기"

 

여름이란 낮 기간이 가장 긴 6월 21일 하지로부터 추분인 9월 21일까지인데, 이 기간은 연간 강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장마가 끝난 다음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와 밤 기온이 25도를 웃돌아 잠을 설치는 것을 열대야라 하고 있다. 이렇게 더위에 지칠 경우 만병의 근원이 돼 옛부터 더위를 이겨내고자 여러 방안을 찾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죽부인이다.

죽부인은 대나무를 엷게 깍아 원통으로 성글게 짠 것으로, 기온과 습기가 높을 경우 한 다리를 걸쳐 품에 안고 잠을 청할 경우 허전함을 덜면서 시원한 냉기로 숙면을 취하게 된다. 이유는 홀 이불 속에 틈이 생겨 눅눅한 습기가 증발되면서 쾌적한 느낌을 받아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서는 참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추운 겨울은 아내를 안아야 따뜻하고 무더운 여름은 죽부인과 함께 자야만 시원해 아버지가 사용했던 것은 아들이 사용 못했다.

죽부인 못지 않게 더위를 쫒는 요긴한 용품이 돗자리인데, 왕골 또는 대나무로 엮은 자리를 깔아 더위를 이겨내 가정에서는 한, 두 개의 돗자리는 필수품이 됐고 담양 대돗자리도 유명하지만 강화 화문석을 최고로 꼽고 있다. 또 여름철 보리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곡식이었던 것은 풍족하지 못한 시절에는 5, 6월경 양식이 바닥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춘궁기, 보리고개라 했다. 보리를 수확할 경우 허기진 배를 채우며 식생활에 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건강, 웰빙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 것을 볼 때 보리의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여름에 관한 속담도 여럿 전해오고 있다. ‘여름 하루 놀면 추운겨울 열흘 굶는다’, 지나친 노출을 비유해 ‘여름 살은 풋살’,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음식을 많이 만들지 않아 ‘여름거지 겨울부자 안부럽다’, 여름을 주제로 개미와 베짱이의 이솝이야기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큰일을 할 경우 ‘개미가 절구통 물고 간다’ ‘개미가 금탑 모으듯 한다’, 사소한 잘못을 비유해 ‘개미 구멍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다’ 등이 있다.

그리고 여름철 대표음식이 개장국인데, 무더운 여름이 되면 보신에 으뜸이라 해 자주 끓여 먹었다. 문헌에 따르면 삼복 더위를 이기는 음식이 바로 개장국이고 이를 먹으며 땀을 낼 경우 더위를 물리치며 몸을 보한다고 했다. 또한 장과 위를 튼튼히 해줘 오장을 편하게 해준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솥단지와 고추장 등을 갖고 민물고기를 잡는 철엽도 뺄 수 없는 없는 여름 풍경이었고 매운탕 역시 여름철 음식중 으뜸이었다. 인심이 후했던 시절 서리하다 들킬 경우 서리하면 안된다며 참외 서, 너개를 주면서 어여 먹으라고 했던 것도 여름철의 정경이었다.

요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 받는 계절이지만, 자연과 벗하며 더위를 이겨낸 선조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건강한 여름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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