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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성폭력범죄 그리고 감경사유

 

2001년부터 2005년 사이에 Irey라는 미국인이 캄보디아에서 수십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미연방수사국에 따르면 Irey는 4세에서 16세에 이르는 50여명의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그는 1천200개 이상의 아동 포르노그래피도 소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그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 평범한 미국인으로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과 아동대상 이상성욕자(pedophilia)로 진단 받았음을 근거로 17년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이는 최대 30년을 선고하라는 형선고에 관한 미국 연방가이드라인의 권고에 훨씬 못 미치는 판결이었다.

위 사건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조두순(일명 나영이 사건)사건을 조명해 볼 때 법원의 판단과 일반시민의 생각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조두순은 등교하던 8세의 여아를 유인·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했다. 그로 인해 어린 아이가 영구상해를 입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의 잔인성에도 범죄자가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해 심신 미약의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해 1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 후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으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참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성폭력범죄 사건에 있어서 피고(범죄자) 측은 형량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항변 사유를 들고 나온다. 미국의 경우 대개 정신적 질환이나 질병을 그 사유로 들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에는 알콜 중독,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취 상태 또는 술에 취한 상태였음을 사유로 내세운다. 이는 양국 법원이 그러한 항변사유를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Irey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아동대상 이상성욕자(pedophilia)라는 진단을 받았음을 주장해 범행을 스스로 자제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피고가 아동대상 이상성욕자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 그의 범죄로 기소됐음을 지적했다. 즉, 법원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땐 피고가 저지른 범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교육수준, 환경, 직업, 기타 범죄 경력 등을 토대로 형량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피고 측은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엄한 편이다. 그러나 Irey 사건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이 사건이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국 내 미군의 범죄사건에 있어서 Irey 사건의 판결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점과는 별도로 양국 법원의 태도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법원은 피고 측이 질병이나 기타 정신 질환을 근거로 내세울 때 대부분 감형 사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피고 측이 알콜 중독을 항변 사유로 내세우는 것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유난히 아동대상 성범죄의 처벌에 있어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Irey 사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동대상 성범죄의 경우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고, 사회적 비난의 정도도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동대상 성범죄에 대한 일반인의 우려와 강력한 사회적 비난에도 법원은 여전히 범죄자에게 경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아동대상 성범죄사건의 경우 물적 증거의 확보, 피해자의 충분하고도 정확한 진술확보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은 경한 편이다. 또 범행 당시 심신 미약 등 여러 이유로 피고의 형량을 감경하다 보니 국민이 생각하는 형량과 법원의 판단 사이에 격차가 크다. 이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원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적어도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 위태화를 조장한다든지, 정신적 질환이나 질병이 있는 것을 알면서 범죄적 행위로 나아갈 경우에는 형량을 감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 범죄로 나아가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자제하지 않는 자에게 법원은 결코 관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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