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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김진미"마을이 있다"

 

사람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마을에서 살았다. 오늘날 마을은 행정구역을 나누는 기준일 뿐 마을이 가지고 있던 오랜 공유지대를 잃었다. 마을에서 시작하여 마을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아이들에게 마을을 그리라고 하면 산과 나무가 있고 개울도 흐르고 연못이 집들과 어우러진 모습을 주로 그린다. 이것은 마을이 인식과정에서 뿌리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을들이 마음속에만 자리하고 있고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마을들은 점점 사라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을에서는 정당정치가 필요 없다. 거지도 굶어 죽지 않는 곳이 마을이었고 직접 의사소통하고 다양성과 호혜의 원칙이 있었다. 어려운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 왔을 때 최소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마을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넉넉한 품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서 정치의 방식과 구도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생활정치이고 주민이 하는 정치인거다. 인디언의 정치를 보면 현자가 세상을 어머니의 시선으로 감싸 안고 경쟁과 배타가 아니라 도와주고 나눠주고 살리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마을에는 선출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사람이 갈등을 조정해 주고 판단해 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있었다. 또한 소수와 다수가 나눠서 표결에 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합의를 했던 화백제도도 직접민주주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답이 없고 마을의 관계에는 규율 너머의 것이 있는데 관계의 측면에서 보아야 하고 다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제주도 올레길이 유명해졌는데 ‘올레’ 라는 말이 ‘대문에서 큰 길까지 이어주는 조그만 길’ 이라는 뜻이다. 지리산 둘레길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돈만 좇아가느라 그 대가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그 중심에 고향과 마을, 농촌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들을 맞바꿨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회안전망도 부족하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그 불안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부모에게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마을마다 축제가 있고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풍광, 그들만의 독특한 것들이 녹아 있어야 한다. 정부가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을 하지만 지역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마을 꾸미기’ 수준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담을 허물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 컴퓨터 자판이 아니라 서로의 체취를 느끼면서 대화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결국 미래는 만들어 가야 하는데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는 것, 그 선택의 중심에 사람이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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