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한의 세상만사]바람직한 리더십
[김기한의 세상만사]바람직한 리더십
  • 경기신문
  • 승인 2012.07.16 19:00
  • 댓글 0
  • 전자신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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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 논설위원·前방송인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가장 닮고 싶은 프로감독 일등에 김시진 넥슨 히어로즈 감독이 뽑혔다… 선수들 각자에 고른 기회를 부여하고 실수를 막말로 대하지 않는 인격적 지도자라고 했다.

요즘 스포츠 뉴스에 넥센 히어로스가 이겼다고 하면 흐뭇하고 반대로 졌다고 하면 기분이 좀 그렇다. 지역 연고를 따지면 삼성 라이온즈, 맏아이의 직장으로 보면 한화 이글스, 히어로즈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구태여 이런 감정을 분석해 말한다면 ‘꼴찌에 대한 갈채’라고 할까?

봄은 봄인데 확실하지 않은 봄이라고 표현되던 1990년대, 전두환 대통령 재임 초기에 프로 야구가 창단됐다. 눈치 빠른 이들은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소위 3S(Screen, Sex, Sports)정책의 하나라고 고깝게 말했지만 어찌됐던 숨 꽉 막히던 시절에 작은 즐거움이었다.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주인공 쌍방울 레이더스, 태평양 돌핀스, 청보 핀토스, 삼미 슈퍼스타 그리운 이름이다. 직장 초년병시절에 ‘MBC 청룡’이란 프로야구단이 창설됐다. 그 때 사장은 L모씨였다. 권력에 대한 촉감은 남달랐고 충성심 또한 말할 나위없었다. 그 양반 성질이 보통이 아니어서 사회정화란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하루에도 수십 명을 해고시켰다. 출근하다 자기 이름이 해직자 명단에 오른 것을 보고 졸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에는 필경사(筆耕士)가 쓴 것을 큼직하게 게시했는데, 글씨 하나는 달필(達筆)이었다.

어찌됐던 집념이 강한 L사장 야구 사랑도 별났다. 타순(打順)도 직접 짜고 그 날 승리를 하면 두둑한 격려금을 보냈지만 연패를 하면 “그 친구들 지금 숙소가 어디야? 뭣이 호텔이라고! 지금 당장 여인숙으로 옮겨!” 여관도 아니고 졸지에 여인숙이라……. 선수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데꾸보꾸(일본말로 울퉁불퉁, 들쭉날쭉)인생이라고 자조(自嘲)했다. 아침에 삼삼오오 모여 전날 청룡의 실적을 분석하고 내일 시합을 예측하는 아마추어 해설가가 분분했다. 그런데 간부회의 마치고 나온 국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담배만 피우고 덩달아 부장, 차장, 사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전날 청룡이 승리하면 사장이 기분이 좋아서 회의 분위기에 화기가 돌았지만 형편없는 성적으로 지면 지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야구 성적에 따라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L사장의 잘못된 작전 때문에 사원의 하루가 영향 받아야 하는지……. 그때부터 우리 모두가 야구가 싫어졌다. 인기 있던 아마추어 해설가들도 슬슬 입을 닫아 버렸다. 야구의 매력에 빠져있던 사람들도 이야기를 꺼내면 “일 좀 합시다”이런 말로 핀잔받기 일쑤였다.

그러고 보니 프로야구는 한때의 옛 사랑이었다. 그런데 요즘 넥센 히어로스 때문에 자꾸 눈길이 간다. 뒷받침해주던 그룹이 내리막길을 걷자 어쩔 수 없이 떠돌이가 되었던 팀! 쓸 만한 주력은 가난한 선수단의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팔아넘겨 한해 한해를 연명하던 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안쓰럽기만 하더니…. 지난해 성적은 최하위였다. 지금은 4강! 상위팀의 공포의 대상이다. 올 초만 해도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했는데…. 얼마 전 어느 취업 포털 사이트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가장 닮고 싶은 프로감독이 누구인지 조사를 했다. 넥센 히어로스 김시진 감독이 단연 일등(19.7%)으로 뽑혔다. 선수들 각자에게 고르게 기회를 부여하고 실수한 선수를 막말로 대하지 않고 감싸주는 인격적 지도자라고 했다. 심판의 오심을 어필하는데 얼굴을 붉히지 않고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한 신사도. 이름하여 어머니의 리더십! 시합에 진날은 선수들을 절대 소집하지 않는단다. 힘든 판에 이런 저런 지적을 해도 선수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시대가 변했다. 일방적으로 “나를 따르라!” 외치는 시대는 옛날이야기! 믿음과 배려가 대우받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자리에 앉게 되면 우유부단, 카리스마 부족, 이런 주위의 평판에 귀얇아져서 독선으로 흐르다 끝내 낙마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개천에서 용을 키우는 김시진 감독과 L사장, 선택은 우리 몫인데……. 하여간 지난해 꼴찌 팀, 그들이 던지는 것은 공이 아니라 희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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