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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가게나 ‘진품명품쇼’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민화(民畵)나 문인화(文人畵)를 가끔 만날 수 있다. 또 빼어난 시문(詩文)도 접한다. 그런데 이들 서화(書畵) 가운데는 무명씨(無名氏) 것이 더러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일세를 풍미한 유명 화가 것 못지 않은 것이 많고, 글도 대문장가 못지 않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지 않았을까. 미뤄 짐작하건대 첫째는 겸손이고, 둘째는 재야정신 탓이었을 것 같다. 이들에겐 애초부터 매명(賣名)을 위한 미전(美展) 심사나, 등단(登壇)을 노린 신춘문예 공모 따위에 관심이 없었을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를 무시했을지 모른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10여년 전 가까운 친구가 술자리 끝에 “한번 읽어 보게나” 하면서 건내준 것인데 제목은 ‘청춘’이고, 역시 무명씨 글이라고 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강인한 의지, 뛰어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겁내지 않는 용맹심,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 이러한 상태를 청춘이라 하는 것이다. 세월을 거듭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을 때 비로소 늙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피부에 주름살이 지나, 정열을 잃으면 정신이 시든다. 고민, 의심, 불안, 공포, 실망, 이런 것들이야말로 마치 긴 세월처럼 사람을 늙게하고, 정기있는 영혼을 죽게 한다.” (중략) “사람은 신념을 가지면 젊고, 의혹을 가지면 늙는다. 시람은 자신을 가지면 젊고, 공포를 가지면 늙는다.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젊고, 실망이 있으면 늙는다.”(하략)
문장이 어떻고, 수사가 어떻다고 따질 일이 아니다. 그저 글귀가 옳은 듯 싶은면 취하고, 아닐 때는 버리면 된다. 원래 무명씨들이 원했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고, 인생 또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무명씨는 그래서 자유스러울지 모른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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