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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업 제대로 하려면 접대문화부터 익혀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사업지침서에 등장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접대 관행은 그 뿌리가 깊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넨셜 타임즈에서는 우리 경제계의 접대문화에 찌든 그릇된 사업관행을 빚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IMF 경제위기의 주범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정상적인 경쟁 보다 모든 것을 접대로 해결하려는 기업관행 탓에 생산성 향상은커녕 과잉비용으로 경영부담만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 접대문화가 낳은 유행어가 있다. 정식 직제표 상에는 없는 직책인 이른바 ‘술상무’가 그 것이다. 술상무는 말그대로 기업 활동 중 발생하게 되는 접대자리에서 회사를 대표해서 술을 도맡아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개 기업의 술상무는 친화력과 주량이 탁월한 사람이 맡게 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그런 개인적 능력과 상관없이 업무 특성상 마지못해 술상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으로 치면 홍보실이고 관공서의 경우 공보관실 등이 대표적인 술상무 부서라 할 수 있다.
최근 법원이 ‘술상무’에 대한 주목할만한 판결을 내렸다. 서울 행정법원은 위궤양과 당뇨 등으로 숨진 대전시 전 공보담당 강모씨의 유족들이 공무원연금 관리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상 술자리를 자주 가져야 하는 직원이 과음과 과로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죽은 다음에 재해 인정이 무슨 소용인가. 왠만하면 술상무 자리는 고사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최준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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