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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유영근"선비"

 

학식과 인격은 물론 청렴과 충절, 외압과 고난을 감수하더라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올곧은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는 것이 선비 정신이다. 지금도 선비하면 정치인, 고위공무원, 법조인,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을 지칭하는데, 일부는 권력의 힘을 믿고 부정을 일삼고 있다.

검찰에 소환되면서 ‘한푼 받은 적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는 궤변과 변명을 하지만 결국 죄를 인정하는 것 언론을 통해 종종 목격하는데 이를 보며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을 생각하게 된다. 핑계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성실, 정직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선비도 있었다. 청렴한 선비 집에 도둑이 들었지만 훔칠 물건커녕 아침 양식조차 없는 것을 보고 솥단지 속에 몇 푼의 돈을 넣게 됐다. 다음날 부인은 하늘이 내려준 돈이니 양식을 사자고 채근하자, 오히려 돈을 찾아 가라는 방을 붙였고 이를 본 도둑은 선비의 청렴한 정신에 감동을 받아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일화가 있다.

선비하면 조선초 황희 정승을 떠올리게 된다. 검정소와 누렁소가 일하는 것을 보고 잠시 쉴겸 농부와 담소를 나눴다. 황희가 “어느 소가 일 잘합니까?”라고 묻자 농부는 기겁을 하며 귓에말로 누렁소가 잘한다고 했다. “무슨 대단한 일이기에 조용히 말합니까?”고 되묻자,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주인 위해 일하는데, 면전에서 편애하는 말을 하면 검정소가 얼마나 서운합니까?”라는 말을 듣고 농부의 정신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아 모든 공무를 공명하게 처리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을 예고하고 자주국방에 대한 상소를 올리자 유배를 당했고 난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집해 금산싸움에서 700명의 의병과 장렬히 죽음을 당한 중봉 조헌 선생을 두고 충절의 선비라 하고 있다.

정치권도 4·11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쇄신책을 발표해 국민들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7월 11일 대한민국 국회는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켜 특권 포기는 커녕 제식구 감싸기를 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또 어떤 정치인은 계속된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방탄 국회도 서슴치 않고 있다. 그렇게 결백하다면 자진 출두해 무관함을 입증하면 된다. 이는 분명 참된 선비 정신이 아니다.

예전에 비행을 일삼는 선비에게 이러한 벌도 줬다. 큰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이름, 생년월일을 적은 팻말을 넣고 삶았는데, 이는 선비의 정신을 죽이는 것으로 평생 죽은 사람처럼 사는 제도이다. 이제 시대의 양심과 도덕성을 확립하는 참된 선비와 탈법을 일삼는 카멜리온 같은 선비를 구분해야 한다. 현대판 선비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신적 지도자라는 것을 명심해 신분상승이 아닌 인격의 모범이요, 사회의 등불이 되는 선비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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