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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박남숙"남을 죽이려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음덕양보(陰德陽報)란 말이 있다. 남 몰래 덕을 쌓은 사람은 비록 사람들이 몰라준다 하더라도 하늘이 알아 줘 자신이나 후손들이 드러나게 보답을 받는다는 뜻이다. 남을 위한 선행을 베풀면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교훈을 깨우쳐 주는 그런 글귀가 아닐 수 없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莊王)때 손숙오란 명재상이 있었다.

장왕이 왕위에 올랐으나 수렵과 무용을 너무 좋아해서 전혀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있을 때 손숙오라는 현인을 재상으로 등용한 이후에는 불과 3년 만에 중국대륙을 호령하는 제후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다. 손숙오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밖에서 놀다가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고 죽여서 땅에 묻어 버렸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와 끼니를 거르면서 고민하였다. 이를 이상히 여긴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었다. 손숙오가 울면서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본 사람은 죽는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만 부주의해서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았습니다. 머지않아 나는 어머니 곁을 떠날 것인 데, 못난 자식으로 인하여 슬퍼하실 어머니가 걱정되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어린 아들의 고민을 보다 못한 어머니는 ‘그 뱀은 어디 있느냐?’ 고 물었는데, 손숙오는 대답하기를 ‘또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죽여서 묻어 버렸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손숙오의 말을 다 들은 어머니는 어린 아들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남 모르게 덕행을 쌓은 사람은 그 보답을 받는다. 네가 그런 마음으로 뱀을 죽인 것은 음덕이니, 그 보답으로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음덕양보’이다. 과연 어머니의 말대로 장성한 손숙오는 재상의 자리에 까지 나아가게 된다. 손숙오의 이야기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오늘날에 그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대아(大我)의 정신이 더욱 크게 보인다. 남을 죽이려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삼국지의 주역인 유비의 통치철학은 상생의 정치에 있었다. 비록 어제까지는 적대국이었으나 정복을 하고나니 이제 같은 백성이 되었는데 적대시하고 보복하지 않았기에 유비에게는 적이 없었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통치철학이 바로 이것이며 상생의 논리가 바로 이것이다.

백성들이 유비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전쟁에 승리해서 점령을 하게 되면 패전국의 통치자는 물론 권력자들 및 적장들은 전쟁재판을 하여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비는 그의 처신을 달리했다. 그들을 모두 중용하고 새 삶을 살도록 후한 상금까지 주면서 안심시키며 포용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그래서 그들은 온갖 힘을 다해 유비를 따르고 충성을 바쳤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현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상대방을 죽이려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협박과 공갈은 예사이고 정치노선이 다르면 아예 매장시키려는 음모의 정치가 기승을 부린다. 자신은 죽어도 다른 사람은 살려야겠다는 손숙오는 못되어도 남몰래 공덕을 쌓으면 자신이나 후손들이 복을 받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남몰래 선행을 못해도 남을 죽이려 하지는 말아야 하겠는데 왜들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가? 우리의 정치현실이 하도 답답해서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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