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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최영철"애니메이션은 트릭이다"

 

6월이 되면 프랑스에 있는 작은 도시 ‘안시’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에겐 2018 동계올림픽 유치의 경쟁도시로,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내줬지만, 잠깐 TV에서도 멀리 보이는 몽블랑과 호수를 배경으로 소개됐던 안시는 사실 애니메이션영화제로 유명한 도시이다. 특히 안시의 CITIA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본 에밀 콜의 초기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을 보여주는 세트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1908년 에밀 콜의 <팬토시>에서 비롯한 애니메이션의 시초는 ‘트릭’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본디 마술사의 영역이었던 트릭은 영화의 판타지를 담아내는 온전한 수법이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트릭’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말로 ‘눈속임’에 다름 아니다. 실뱅 쇼메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장편 <일루셔니스트>에서는 또한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 마술사를 따르는 소녀가 등장하는데, 현실의 가난한 소녀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 주는 일루셔니스트의 ‘트릭’은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요 모티브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신비한 세계로의 초대.

마틴 스콜세지의 최근 영화 <휴고>는 최초의 ‘트릭’ 기법-페이드 인 앤 아웃, 이중노출을 활용한 마술사 조르쥬 멜리에스(George Melies)에 대한 오마쥬(Homage)이다. 초기영화에서 기차가 화면 밖을 뚫고 실제로 튀어나올지 몰라 웅성이며 도망가는 관객들, 영화를 현실의 모사라고 생각한 관객들에게 멜리에스의 영화 <달나라 여행>의 ‘트릭’은 매우 신기한 경험을 선사했다.

“<달나라 여행>이 만들어진 영화제작의 초창기에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곧 영화예술의 규칙을 세우는 과정이었다. 1902년에 개봉한 이 프랑스 영화는 2분 정도의 단편영화들이 대부분이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 상영시간(약14분)만으로도 혁명적이었다......멜리에스는 세계영화사에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영화를 창조한 것이다. <달나라 여행>은 그 초현실적인 외양에도 불구하고 연극의 기법과 영화적 기법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화시킨 재미있고 획기적인 작품이다......”

초기의 성공과 다르게 사람들은 멜리에스의 반복된 형태의 ‘트릭’에 실망하고, 계속된 흥행실패로 조르쥬 멜리에스의 이름은 대중들에게서 서서히 잊혀 갔다. 1925년 조르쥬 멜리에스는 그의 수많은 작품에 여배우로 출연한 오랜 애인, 잔느 달시와 결혼해 어린 손녀인 마델린과 함께 살게 됐다. 멜리에스 부부는 파리의 몽파르나스역 구멍가게에서 사탕과 장난감을 팔았고, 사람들은 멜리에스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1929년 [시네 주르날]의 편집장 레옹 드뤼오에 의해 멜리에스의 생존이 확인됐고, 사람들은 그를 재조명했으며, 프랑스 정부에서는 그에게 레종 도뇌르 훈장을 추서했다. 1938년 암으로 사망하기 직접 찾아온 친구들에게 멜리에스는 뚜껑을 따서 거품이 나오는 샴페인 그림을 보여주면서 “웃게나, 친구, 나와 함께, 나를 위해 웃어주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PISAF), 작년 11월 <요리사, 도둑 그리고 비둘기>라는 작품이 대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함께 지붕 위를 넘나들면서 프랑스 파리의 골목을 비추는 이 작품은 프랑스영화학교 조르쥬 멜리에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휴고>와 함께 조르쥬 멜리에스의 유산들은 PISAF에서도 우연케도 찾아온 것이다. 이것도 그의 ‘트릭’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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