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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김진미"내 이름은 마포포 그리고 김하나"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지난 8일부터 다문화 특별전 ‘내 이름은 마포포 그리고 김하나’가 열리고 있다. 10월 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총 3부로 구성돼 결혼이주 여성들의 ‘고향 이야기’, ‘결혼 이야기’, ‘한국 정착기’를 주제로 결혼이주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이번에 전시된 자료는 미얀마 여성인 김하나 씨가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해 포스터 모델, 이주 여성 인터뷰, 사진 촬영, 물품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직접 진행했다. 관람하는 전시가 아니라 참여하는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전시의 사실감과 진실감을 더했다. 마포포는 김하나 씨의 미얀마 이름으로 ‘내 사랑’이라는 뜻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물품과 옛 추억을 모자이크로 만든 작품들, 인터뷰 영상 등 총 538점의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김 씨는 1993년 미얀마에서 한국 남성과 만나 결혼하고 한국으로 왔다. 아들 둘을 둔 김 씨는 안산 이주민통역지원센터에서 통역과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가슴 아픈 사연들이 하나씩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며 어려웠던 점은 언어나 다른 문화 차이보다도 남녀평등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족이 화내는 모습을 보면 외롭고 무섭다. 남편이 “한국 여자는 아는데 너는 왜 모르냐”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 택시를 타면 “한국 국적 따려고 결혼한 것 아니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너희 나라에는 이런 것 없지?” “피부가 왜 그렇게 까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한국어 교실에서 만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특히 자녀 교육에서 큰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재정적 지원이 늘어나면서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편견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에 이르기까지,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어려움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에서 겉돌다가 끝내 이탈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학교 통신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자녀들은 과제물 제출에 어려움을 겪고, 일부는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심지어 또래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한다고 털어놨다.

오늘날 ‘다문화주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치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강력한 담론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적 인식만을 인정하고 타 문화는 결함이 있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인 문화적 캡슐화를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의 다문화 정책은 이주 여성의 정착 단계에 맞춘 프로그램 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기관마다 유사하고 단기적인 정책을 내놓는 실적 위주의 사업은 예산낭비, 인력낭비다. 정착 단계부터 결혼과 가족 형성기, 자녀 양육기, 자녀 역량 강화기, 사회활동과 재취업기 등 단계에 맞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결혼이주 여성 1세대 중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사회활동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장기적으로 이들의 생애주기를 배려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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