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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조희문"연예인과 연예권력"

 

마냥 웃고 즐기기에는 과도한 불공정과 권력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고 위험해 보인다.

연예인들은 우리 사회를 흔드는 권력자다. 평범한 개인들로서는 도저히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고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영향력도 막강하다. 어느 가수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유투브 사이트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조회수가 4천만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덕분에 그의 이름과 노래는 압도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주로 국내에서 머물던 명성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명 배우가 누구와 연애중이며 곧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연예면을 넘어 사회면의 주요기사로 취급된다. 연예프로에서는 중계하듯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쫒으며 뒷이야기를 쏟아낸다. 탈세 문제로 논란을 빚다 은퇴를 선언한 어느 개그맨 출신 MC가 곧 복귀할 것 같다는 소식도 관심거리다. 이런 소식들은 인터넷 포탈은 물론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온갖 매체를 넘나들며 튀기고 또 튀긴다. 우리 사회가 그들만을 쳐다보며 행동거지 하나, 말 한마디에 웃다가 울다가 날밤을 지새는 것 같은 모양이다.

봄이나 가을에 열리는 여러 대학들의 축제에는 유명 가수들을 불러오는 것을 경쟁한다. 대학등록금이 과도하게 비싸다고 비난하며 인하 투쟁을 벌이겠다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축제의 중요한 부분은 공연프로그램으로 채운다. 승패는 유명 그룹을 얼마나 무대에 세우는가로 갈라진다. 할 수만 있다면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한다. 대학교 축제는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몰리기 때문에 가수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섭외는 사활을 걸다시피 할만큼 치열하다. 결국은 출연료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다. 나름대로 이름있다는 기관이나 단체도 홍보대사를 위촉하는데 열을 올린다. 홍보대사의 주인공은 압도적으로 연예인들이다. 경기도는 지난 2008년 유명 축구선수를 시작으로 배우, 가수 등 경기도와 연고를 맺고 있는 20여명이 넘는 인물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분야는 여러 가지이지만 배우, 가수, 개그맨 등 연예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시도 최근 개그맨, 배우, 탤런드, 가수 등 20명을 홍보대사로 새로 임명했다. 소설가, 아나운서 등 여러 직업의 인물들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역시 연예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보건복지부가 40여명의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이 부분에서는 다른 부처를 압도한다.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일은 부르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일이어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사회에 봉사하며 좋은 일한다는 식의 긍정적인 인상을 높일 수 있고 해당 기관, 단체들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러는 사이 연예인들의 위상은 자기 분야의 특성을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수준을 넘어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행어를 만들어 내고, 패션이나 스타일을 이끈다. 광고 시장도 연예인들이 몇몇 스타들이 독점하다시피 한다. TV의 연예프로는 각 방송사들이 사생결단하듯 경쟁한다. 소수 인물들이 여러 방송사를 넘나들며 자기들의 텃밭인양 휘젓는다. 자극과 엽기를 도발하는 시끌벅적한 놀이와 수다, 신변잡기 같은 내용을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공중파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케이블이나 위성 채널로 연결되면서 돌고 돈다. 시청율 높은 프로그램은 본방과 재방, 재재방을 통하며 이채널 저채널에서 밤낮없이 반복한다. 일주일 사이에 똑같은 프로그램이 100번 넘게 방영되는 경우는 흔하다. 수년이 지난 프로그램까지 반복되는 일이 잦다보니 물의를 일으켜 퇴출된 인물이 버젓이 등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연예오락프로그램이 일상을 위무(慰撫)하는 재미와 오락을 제공하는 측면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경박한 문화가 세상을 주도하고 패거리 짓듯 몇몇 인물들이 독과점적 카르텔을 형성하며 군림하는 현상은 사회적 성공에 대한 가치를 왜곡하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가로막는 기득권적 전횡이나 다름없다. 마냥 웃고 즐기기에는 연예인과 연예프로그램의 과도한 불공정과 권력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고 위험해 보인다. 건강한 풍속은 안전한 먹을거리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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