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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박남숙"국제사회는 정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창을 들고 “이 창은 예리해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방패를 들고 “이 방패는 견고해 어떤 창도 막아 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 말을 듣은 한 구경꾼이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한 번 뚫어 보면 어떻겠소?”하자, 장사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모순(矛盾)이다.

요즈음 일본의 ‘독도망언’ 파문이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전면적 마찰로 몰아갈 것인지에 대해 “냉정한 국익적 판단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감정적 대응으론 오히려 한국에게 불리한 결과가 올 수 있다”며 냉정하게 대처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일본은 당장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영토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어떻게든 지배권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치밀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기에 임시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것보다 항구적인 노력을 해야 할 문제이다.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 이후 일본 영토로 편입됐던 ‘다오위다오’를 2차대전 이후인 1951년 미·일 강화조약 체결 때 미국으로 이양됐다가 1972년 오키나와 반환때 다시 일본령으로 편입시켰다. 중국과 대만은 역사상 중국영토가 명백한 데도 청나라가 쇠약해진 틈을 이용해 일본이 강제로 탈취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해괴한 것은 1998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는 독도와 북방 4개 섬만을 언급했을 뿐 ‘다오위다오’에 대해서는 영토분쟁이 없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북방 4개 섬이란 1855년 러·일 화친조약 이후 일본의 영토였지만 1945년 2차대전때 연합국간 얄타협정으로 러시아에 귀속된 바 있는 지역인데도 일본은 러시아의 ‘불법점거’를 강조하며 반환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청나라 영토였던 ‘다오위다오’ 섬은 실효적 지배를 내세우며 자기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북방 4개 섬은 강제로 빼앗겼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이중성이야 어디 하루 이틀 겪은 일인가?

지금이야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가 한국영토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국력이 쇠약해지고 구한말 같은 시대가 또 찾아온다면 그때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일본은 모순인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정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힘이 없으면 모순이 정당화되고, 힘이 있는 곳엔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정치를 보아도 그렇고, 작게는 조그마한 단체 내에도 모순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순이 버젓이 통하는 시대다. 부정한 방법으로 양심을 훔친 자들이 도덕성을 주장하고, 개혁의 지도자로 자처한 일을 한두 번 보았는가? 오늘도 세상의 모든 걸 뚫을 수 있는 창을 사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이 방패는 어느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어 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너무도 순진무구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중대사를 생각 없이 맡기는 사람들이 많기에 모순을 계속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사고에 젖어 있으니 오늘도 누군가가 같은 장소에서 창과 방패를 다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능창이요, 만능방패요’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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