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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박완정"경단녀<경력단절여성>에게 희망을…"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여행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돌아가시는 길, 여행의 마지막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료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귀가하는 손님들을 향해 배웅인사를 건네는 오카미(女將), 사에키 마유미 씨의 말솜씨가 따듯하고 센스있다.

‘오카미(女將)’는 일본전통 료칸의 안주인을 부르는 말이지만 요즘은 전문 오카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료칸의 접객업무 총책임자로 보면 무방하다. 우리나라 모 다큐프로에서 소개됐던 사에키 마유미 씨는 일본 군마현에 위치한 마츠노이 료칸의 오카미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일 등 료칸 운영에 있어 손님들의 접객업무를 총괄하고 진두지휘하는 일이 그의 업무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퇴근을 하는 오후 10시까지, 12시간이 넘는 고된 업무지만 일하는 내내 마유미 씨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그가 외국방송국에서 다큐까지 제작해 방송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이유는 무얼까? 사에케 마유미 씨는 오카미로 일한지 불과 3년 만에 일본 여행업자들이 선정한 ‘서비스의 달인 59인’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오카미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30여 년 동안 해왔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강도 높은 업무가 고되지 않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30년 전업주부 생활을 자산으로 새롭게 시작한 일터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성실성으로 작은 성공을 이뤄 낸 사에키 마유미 씨는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했다.

고용문제가 우리사회의 최대 과제가 된 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경단녀(경력단절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이번 대선에서도 뒷전인 듯하다. 청년실업,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의 고용대책은 논의라도 진행되지만 경단녀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보육정책이나 출산대책의 부록 정도로 밖에 다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오히려 남성의 역차별까지 거론되는 사회분위기 탓에 여성, 그것도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입 문제에 대한 논의는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운 화두가 돼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출산·육아시기인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고작 54.5%(같은 연령대 남성 고용률 90.3%)라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교육·고용·기업가정신에서의 양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50년대 50달러 미만에서 지난해 2만7천 달러를 넘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90년 49.9%에서 2010년 54.5%로 2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31.9%에서 80.5%로 두 배가 훨씬 넘게 급증한 것을 보면 여성고용시장의 취약성은 더 이상 개인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님이 명확하다. 한국판 사에키 마유미가 대한민국 방방곡곡 일터에서 건강한 노동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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