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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안혜영"다산을 통해 경기도 실학을 기린다"

 

실학의 선구자 다산을 필두로 도내의 여러 실학자들에 대한 연구와 자료수집 등을 통해 실학정신을 되돌아보길…

지난 3일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탄신 250주년 기념일이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조선 후기에 실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학문을 받아들임에 있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가졌기 때문에 청나라에서 새롭게 전래된 경전 해석 방법인 고증학이나 서양에서 전래된 서학 등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고증학의 실증적 태도 등 객관적인 학문 자세는 따랐지만, 실증이라는 수단에만 빠지지 않고 실용이라는 목적도 추구했다. 즉, 인간과 사회가 보다 풍요롭게 사는 것을 추구한 것이다.

정약용 선생은 국가 경영에 관련된 모든 제도·법규에 대해 준칙이 될 만한 것을 서술한 <경세유표>와 지방의 관리인 목민관이 백성을 다스리는 요령과 본받아야 될 만한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목민심서>, 죄인을 처벌할 때 유의해야 할 점과 법을 적용할 때의 마음가짐 등을 제시한 <흠흠신서> 등 정치·사회·경제와 많은 저작을 남겼다. 한편 그는 역사와 지리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주체적인 입장에서 연구했으며, 서양의 과학 지식과 기술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한강의 배다리를 가설하고 수원성을 설계했으며, 종두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뒷날 위당 정인보는 “다산 선생 한 사람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 내지 전 조선 성쇠존망에 대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얼마 전 우리 경기도의 대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실학 정신’의 상징인 다산 선생의 탄신을 기념하고자 경기도가 건립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실학박물관에서 다산 탄신을 기념하는 ‘다산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시와 회혼례 행사를 진행했다. 2세기만에 펼쳐진 회혼례는 다산 선생이 부인 풍산 홍 씨와 혼례 이후 60년을 해로한 1836년(당시 75세) 회혼례 날에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한 일을 아쉬워하며, 도내에 거주하시는 회혼례 대상 8가족을 선정해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우리가 평소에 잊고 있던 효(孝)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련했는데, 아울러 다산의 탄신을 기념하고 이날 회혼례를 지낸 여러 어르신들에게 축하드리는 자리도 함께했다. 실학박물관의 이번 행사는 단순히 다산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하는 자리로만 이야기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축소되는 것 같다. 그래서 효의 도시 수원시에 살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몇 자 적어 본다.

올해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적인 기념 인물 4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자랑스럽게도 그중 한 명으로 다산 선생이 선정됐다. 게다가 유네스코는 다산 탄생 250주년이 되는 올해 6월 16일을 ‘유네스코 관련 기념일’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인물과 관련해 기념일이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함께 선정된 인물로는 ‘달빛’을 만든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와 ‘사람은 본디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던 사상가 장 자크 루소,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들과 함께 당당히 다산 정약용 선생이 선정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정작 우리 자신은 지금까지 다산을 도리어 낮게 평가해 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수원 화성의 축조를 지휘한 실학자 정도로만 봐 왔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올해 실학박물관에서 나름대로 다산의 정신을 세상에 널리 알리려 하고는 있지만, 경기도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 그리고 경기도 정신을 대내외에 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네스코가 자체적인 기준과 판단에 의해 다산 선생을 세계사적 위인으로 분류해 기념일을 선정할 정도인데,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아니 어떤 노력을 해왔던 것인가 돌아보게 만든다. 이번 기회에 우리 경기도는 실학의 선구자 다산을 필두로 도내의 여러 실학자들에 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 등을 통해 도를 상징하는 대표 정신으로 ‘실학’을 확실하게 밀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 본다. 지금도 실학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도민들이 다산의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배우고 느껴야 할 실학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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