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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최영철"안경벗은 뽀로로…?"

 

뽀로로 시리즈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사계절 내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의 어느 눈 속 마을에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줄거리를 이룬다. ‘뽀로로’는 이런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이름이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항상 비행 모자와 고글을 쓴 이 펭귄은 친구인 여우나 곰, 새, 공룡 등 다양한 동물들이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 극지방 가상세계는 사실 현실에선 기대하기 힘든 공간이며 조합이기도 하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2010년과 2011년에서 어린이 및 가족 관객을 위해 ‘뽀로로’를 상영하였다. 특히 야외 자동차 극장에서 공개한 ‘뽀로로’는 11월 밤 즐거운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이끄는데 있어서 초반부터 이를 보고자 하는 어린이집의 러브콜과 함께 연일 매진을 이룬 단연 화제거리였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일찌감치 ‘미키 마우스’를 통해 하나의 성공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얼마다 대단한가를 잘 보여주었다. ‘뽀로로’는 또한 디즈니 인수설의 루머와 함께 더욱 그 문화적인 부가가치에 대한 논쟁을 심화시키기도 하였는데, 사실 디즈니가 ‘뽀로로’를 가져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뽀로로’에 대한 애국적 충동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킨 것은 자명하다.

연이은 성공시대를 뒤로 하고 작년 뽀로로는 그 저작권을 둘러싸고 아이코닉스와 오콘의 논쟁 속에 휘말리게 되었다. 누군가 대박아이템으로 노래하던 ‘뽀로로’의 극장판이 계속 늦어지는 이유도 여기에서 약간은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인데, 뽀로로 극장판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 레이싱>은 예정대로라면 올해 여름에 공개될 예정인데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저작권 논쟁과는 별개로 ‘뽀로로’는 아직도 어린이들, 특히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세대는 물론 ‘뽀통령’이라고 애칭과 함께, 범국민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하다. 뽀로로를 내세운 각종 새로운 시도들은 TV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상품의 수준을 넘어 영화, 공연, 쇼핑 등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다. ‘뽀로로’를 벤치마킹 삼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고, 최근에는 로봇카 폴리, 구름빵, 부르미, 꼬마버스 타요, 로봇 알포 등 다양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제작, 방영됐다. 그럼에도 뽀로로에 대한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뉴스에도 등장하던 위험상황에 빠진 아이가 TV 속의 ‘뽀로로’에 빠져있는 동안 아이를 구출해내었다는 모험담은 이젠 더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 정도다. 안경벗은 뽀로로가 화제거리가 되었으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엄마, 아빠와 손잡고 돌아다니는 어린애 신발에서 가방까지 어디에서든 ‘뽀로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뽀로로 이전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아기공룡 둘리가 있었다. 둘리는 빙하기 때 얼음 속에 갇혀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서울로 오게 된 아기공룡으로 외계의 별 깐따삐야에서 온 왕자 도우너, 천방지축 타조 또치, 둘리를 괴롭히는 고길동 아저씨, 옆집 사는 가수지망생 마이콜 등 개성강한 조연캐릭터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둘리는 80년대에 있어 가장 빛나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작년에 캐릭터 페어에서 전시된 구석진 공간의 둘리는 많이 외로워 보였다. 인기가 사라져 가는 왕년의 스타 둘리. 최근에는 ‘야간 대리운전’ 광고 등에도 등장하였는데 혹자는 ‘둘리’의 캐릭터 마구잡이 사용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치면서 ‘안습’이라는 표현까지 쓰기도 하였다. 캐릭터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피터팬과 웬디의 이야기처럼 다만 그 세대가 달라질 뿐이다. 그런 면에서 ‘둘리’에 대한 연민은 나에게 있어 매우 크게 다가오는 부분으로 이후의 세대와 소통할 수 없이 단절되어진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아빠 어릴 적에는...이런 느낌.

잘 키운 캐릭터는 분명히 자손대대를 먹여 살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유지하고 꾸준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 미래의 영화시장은 애니메이션이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고, 애니메이션 성공에 대한 회의적인 감상과 함께 그 불확실성까지 양극단을 오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목격한다. ‘뽀로로’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유물로 전이되기를 희망한다. ‘뽀롱뽀롱 뽀로뽀로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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