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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김덕년"교육청 학부모 강사단 운영에 대한 어느 학부모의 조언"

 

경기도진로진학지원센터에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진로진학관련 강의를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교사들이 요청한다. 이 분은 달랐다. 적극적이고 유쾌했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중심에 놓고 경기도 교육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 분은 학교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을 대상에 놓고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계셨다. 처음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때 다른 학교와 날짜가 겹쳐 거절했던 터였다. 긴 메일이 오가고 다시 오랜 통화를 하면서 마침내 마음이 움직였다.

“우리사회의 기둥이 될 수 있는 대부분의 인재들을 학교에서 너무나 푸대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수한 몇몇의 성공사례를 보며 그 길에 목을 매고 불안해하는 우리사회의 정서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입시 정보,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리한 입시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분은 접근 방식이 달랐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부모교육은 인기 있는 강사를 섭외해서 뭔가 학부모들에게 줬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교육기관의 논리로 만들어진 입시설명회가 학교에 그대로 들어오고 교장선생님과 교사, 학부모도 모두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정의하고 운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교에서 한두 명 가는 서울대에 아이를 보낸 것이 왜 학교의 명예요, 교장선생님과 학년부장 선생님의 자랑인지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교사인데도 힘들게 공부하겠다는 아이를 도와주기보다 마치 스카우트 매니저처럼 잘하는 아이 몇 명을 발굴해냈다는 데 더 자부심이 있는 것이 왜 우리사회에서는 이상하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인기있는 강사 섭외에만 치중

덕분에 그날 저녁 학부모들 앞에서 한 강의는 유쾌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쏟아낼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긴 메일이 도착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경기도교육청의 학부모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귀한 조언이었다. 그 편지를 허락 없이 인용하는 까닭은 하나다. 학부모연수를 기획하는 교육청 담당 장학사, 학교 선생님들이 형식적으로 접근해선 낭비일 뿐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깨닫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적당히 아무나 뽑아서 요즘 유행하는 내용을 대강 전달하면 학부모와 소통하는 행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학부모교육은 앞으로 더 큰 불신을 낳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각 학교에서 모시는 전문가라는 강사들의 논리와 교육관도 제각각이라는 겁니다. 일단은 사교육논리로 자기주도학습, 선행학습, 독서교육 등 학교교육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강의와 이제는 입학사정관제까지 덧붙여 아이들을 모두 팔방미인이 아니면 실패할 것 같게 몰아간다는 것이죠.”

그 분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학부모교육이 통일된 교육 철학을 공유하지 않고 이름만 높은 강사들을 초빙하면 되는 것으로 아는 현실을 답답하게 여기고 있었다. “왜 모든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꿈을 구체화해서 그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며 이것저것 궁리하며 기웃거릴 수는 없는 건지요? 이렇게 성실하게 천천히 꿈을 찾아가면 뒤쳐져서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건지요? 저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름대로 성장하는 과정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렇게 천천히 궁리하며 자란 학생들이 갈 수 있는 학교와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강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체계적인 학부모교육 콘텐츠 개발

정신이 번쩍 든다. 거듭 새겨야할 말이다. 이제는 많은 학부모들이 진정어린 애정으로 경기도 교육을 위해 조언을 한다. 그 조언에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확실히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그 분은 이런 충고를 남겼다. 그 마음이 고맙다. “좀 더 체계적인 학부모교육 콘텐츠 개발과 이를 제대로 전달할 강사풀 운영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제안할 수 있을까요.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교육청 학부모강사단은 학교현장에서 원성은 들려오고 학부모강사들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함께 점검해봐야 할 내용들이 많고 피드백을 받아봐야 할 것 같은데 전혀 이런 시스템이 돼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재 학부모강사 중에는 황당한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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