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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원래 9월은 결실의 달이어서 모두가 푸근한 마음을 가질 계절인데 올해는 태풍 ‘매미’ 때문에 잡치고 말았다.
9월은 음력으로 8월인데 절기로는 한가위(仲秋), 백로(白露), 추분(秋分)이 들어 있다. 옛부터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고 했다. 어정 7월은 딱이 하는 일 없이 어정대다보니 7월이 다갔다는 뜻이고, 건들 8월은 머지 않아 시작될 수확의 날을 헤아리며 건들댄다해서 생긴 말이다. 그러나 부지런한 농부들은 어정댈 틈도, 건들댈 여유도 없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 말리는 일부터 논에 생긴 피를 뽑는 일까지 일손이 모자란다. 올 농사는 흉년에 가깝다. 그 중에서도 고추 농사가 흉작이라고 한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로 17세기경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선조때 학자 이수광(李 光)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남만초(南蠻草)는 큰 독이 있는데 왜국(倭國)에서 왔으므로 속칭 왜개자(倭芥子)라 한다.”라고 적혀있다. 이것이 후에 ‘고쵸’로 불리게 되고 아마도 고초(苦草) 로 쓰여지다가 ‘고추’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무튼 고추의 매운 맛을 즐기는 우리에게 고추는 고난을 견뎌 내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 가는 민족성과 일치한다. “마늘이냐 고추냐 쑥잎사귀냐,/ 우리의 숨결 속엔, 뼈다귀 속엔 무엇이 들어서 아리게 하여/ 죽여도 다시 살아 일어서 왔느뇨.” 서정주의 시 ‘3·1아 네 해일(海溢) 그리며 살았었느니’의 한 구절이다. 시인은 죽여도 다시 살아 일어서는 겨례의 힘이 마늘이냐, 고추냐, 쑥잎이냐고 묻고 있다.
비록 올 고추농사는 망쳤지만 우리의 몸과 얼에 밴 고추 맛이야 어디 갔겠는가. 몸집은 작아도 근성이 강해 이겨낼 때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한 우리다. 지금이야 말로 고추 먹은 힘을 쏟아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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