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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세상만사]이분을 기억하십니까?

 

육군 대령과 동인문학상을 거뜬히 움켜쥐고이것도 옳다, 저것도 옳다 이런 두루뭉실한 결론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던 그분…요즘같은 시대에 그분이 그립다

옛날부터 문무(文武)를 겸한다는 것은 매우 귀한 편이다. 문사(文士)는 주로 감상적이 되기 쉬워 용기가 사그라드는 법이고 무사(武士)의 특징이라면 용감 함인데, 앞 뒤 이리재고 저리재다 보면 용맹함이 사그라드는 법이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경우 문무를 고루 갖춘 대표적인 어른이다. <난중일기>를 보면 수려(秀麗)한 문체(文體) 속에 탁월한 전략이 녹아 있다. 하기야 그 어른이야말로 불세출의 영웅이니 가능한 일이고...

육군 대령(大領)과 전통 있는 동인문학상(同仁文學償),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조합(組合)을 거뜬히 움켜진 분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선우휘(宣于輝) 선생하면 생소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겠지만 50대를 지난 사람들에겐 “아! 그 분”하면서 그 양반에 대한 호(好)불(不)과 관계없이 잠시라도 그를 기릴 것이다.

그는 고급장교 때는 주로 정훈(政訓) 계통에 근무했으나 6·25 당시에는 유격 소대장도 했다. 육군 대령으로 전역 후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전쟁소설의 백미(白眉)로 꼽는 <불꽂>으로 동인 문학상를 받았다. 말년에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욕심내는 예술원 회원을 지낸 바 있다. 문무를 겸한 셈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개성(個性) 강한 분인데, 비공식적(?)인 통계로 독자로부터 가장 협박(?)을 많이 받았다.

왜 이런 영광스러운 대상이 됐을까? 논리와 전개가 매우 일방적이며 사상문제를 다룰 때는 지나치게 견고(堅固)(극우(極右)라는 세평(世評))했기 때문이다. 양비(兩非)론적 사고 자체를 경멸하면서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가장 졸렬하고, 기회주의자로 폄하했다.

더구나 자기주장을 고집스럽고도, 집중스럽게 발표했기 때문에 선생과 사고를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내 나름의 분석이지만 십중팔구 정확할 것이다.

선생의 사설 읽는 재미로 아침을 맞았다는 사람들은 선생의 객관성을 높이 친다. 극우로 간주하지만, ‘김대중 납치사건’ 때 도하(都下)의 신문이 모두 침묵하고 있을 때 혼자 당당히 사설로 다뤘고, 당시 권력의 금기사항인 통일문제도 겁 없이(?) 다뤘다. 신문사의 주필로 옥고를 치룬 것도 선생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선생은 영어 접속사 가운데 but(그러나)을 비겁한 단어로 간주했다.

이것도 옳다, 그러나 저것도 옳다 이런 두루뭉실한 결론은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당신이 옳다면 나는 잘못된 것이다(If you are right, I am wrong) 얼마나 명쾌한가!

하여간 그때는 신문이 여론을 주도하던 시대였다. 어떤 사안을 두고 생각이 왔다갔다할 때 선생의 글은 판단을 고정시켜 줬다. 요즘 판매부수가 최고라는 어느 신문의 사설을 보자. “북한에 쌀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이 쌀이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용된다면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보내자는 건지, 아니면 말자는 건지 참으로 모호하다.

이것 뿐만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혹시 선거 후 보복(?)이 두려운지 매섭게 비판을 하다 끝부분에는 보험성(保險性) 기사를 덧붙이는데.... 흑백(黑白) 구분이 모호하다. 하여간 선생의 지론은 선비란 모름지기 주장이 뚜렷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 소재가 너무 딱딱한 것 같아 선생과 얽힌 재미 난 이야기 한토막 소개한다. 현역군인으로 유명한 동인문학상을 받게 되자, 감격한 육군참모총장이 표창장을 줘야 하나, 감사장을 줘야 하나 고민한다. “전략(前略)... 국민들이 군인을 무식하다고 보고 있는 현실에서 귀관이 문학상을 받은 것은 우리 육군의 명예일뿐 아니라....” 결국 감사장을 수여한다.

소령 박사(博士), 중령 박사가 수두룩한 요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 솔직하지 못한 시대에 선우 선생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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