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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세상만사]성인과 필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옛날에는 “남자의 평가는 허리띠 윗부분만…” 통했지만 요즘에는 “그물망도 점차 촘촘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모름지기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법이 있다

가름하는 요소가 여럿 있겠지만 요즈음은 ‘도덕에 관한 인식’도 중요한 기준인 것 같다. 물론 청렴여부도 중요하지만, 사생활도 가파른 속도로 비중 높게 자리잡는 것 같다. 시대적 요구가 매우 빠르게 변하는 듯하다.

사회규범을 넘지 않고 스스로 자율적인 기준을 결정하고 또 그것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채점관의 주관에 따라 후(厚)할 수도 있지만, 요즘 들어 허리 아랫부분의 실수는 매운 회초리로 얻어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애매모호하고 은밀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기에, 얻어터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황진이!!! 고금의 한량(閑良)들에게는 영원히 선망의 대상이다. 미모에 대해서는 구전(口傳)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하나같이 미색(美色)이 대단했다고 하니......

‘동짓달 기나긴 밤에 한 허리 버혀내어/춘풍이불 아래 서리 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신날 밤이어든 구비 구비 펴리라’ 참으로 숨차고, 간드러진다. 이 기막힌 시인은 기생이지만 의식(意識)(?)이 있는지라 세도가들도 함부로 대하질 못했다. 선택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는 갑(甲)의 입장이었다. 특히 벼슬이나 재물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사람됨됨이- 학문과 인격을 기준으로 삼았으니, 여론마저 안달이 났을터고 더욱 지조에 대한 명성은 높아져 갔다.

당시 커트라인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은 스님이지만 지족선사(知足禪士)가 있었고 또 한사람은 서경덕(徐敬德)이 있었다. 당연히 황진이는 두사람을 유혹했는데, 어쩐 일인지 지족선사가 먼저 무너졌다. 당연히 황진이 선수는 일승무패(一勝無敗)의 귀한 전적을 올렸으나 서경덕은 달랐다. 내사랑을 안받아주면 죽어버린다고 협박해도 꿈쩍을 않는다. 처음에는 제까짓게... 이렇게 오만한 생각을 했지만 열 번 찍어도 흔들림이 없자 그때부터 존경심이 생긴다. 황진이는 감복해서 그러면 제자로나마 거둬 달라고 간청해 겨우 승낙을 받는다. 결국 일승일패(一勝一敗)인 셈이다.

서경덕과 지족선사가 누가 훌륭하냐?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도덕적인 면에서는 판가름이 났고, 그럼 누가 더욱 인간적일까? 일부 어쩌면 다수가 될지 모르지만 나와 비슷한 수준(?)의 동류들은 하나같이 “열번 찍어 안넘어 가면 매몰찬 것이며 몰인정, 더 나아가서 비인간적이다. 그런 기회만 온다면 두번째쯤해서 스르르 무너지겠다. 사람이 인정이 있어야지!” 하지만 이런 주장도 아내에게 들키면 십중팔구 “사람이 농담도 못하나”

며칠 전 TV에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사람과 저녁 시간을 같이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자기는 장(長)자리가 싫고 부(副)자리가 좋다고 했다. 대부분 ‘부’자 들어가는 자리는 실권없는 허수아비인데, “왜?” 했더니 청문회 출석하기 싫어서란다. 젊어서부터 돈욕심은 없었지만 자신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여성들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전과가 아주 쪼끔(?) 있어서 청문회 통과는커녕 망신당할 것이 뻔하다고 고백했다.

탁자를 치면서 모두들 웃었다. 옛날에는 “남자의 평가는 허리띠 윗부분만...” 하는 식의 사회적 통념이 좀 여유가 있었지만, 요즘 정반대로 “지나치게 그물망이 넓어, 웬만한 큰고기도 모두 빠져 나간다고 점차 촘촘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데도 ‘황혼이혼사례’가 열거될 때는 모두 한숨을 지었다. 아! 그리운 옛날이여! 그날 모임은 풀죽어 끝이 났다. 그러나 모두 자기나름의 분야에서는 인정받던 사람들이라 현명한 결론을 내렸다.

모름지기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법이 있다. 그것을 지키는 것은 양식(良識)이라고! 하여간 도덕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반대의 개념으로 간주해야겠구나.... 복잡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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