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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김만곤"노벨상 수상, 쉽고 확실한 방법 있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과학에 흥미를 잃었다는 같잖은 푸념을 했다. 그동안 꼭 실험관찰 수업을 해왔는데, 이번 선생님은 TV 화면만 쳐다보면 그만인 수업, 최신식이고 편리하지만 따분한 수업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빽빽한 ‘수학익힘책’에도 진저리를 친다. 수학 교과서 문제만 해도 충분한데 ‘익힘책’은 왜 또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노벨과학상 0:16…韓日 기초과학 현주소”라는 자조적인 기사를 보고 있을 때 들은 뼈아픈 불평이다.

노벨상에 대한 언론의 논평은 올해도 예년과 같았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년 다른 업적에 대해 상을 주고, 수상하는 과학자도 매번 다르지만 신문의 기사는 늘 동일한 것이다. 낯익은 그 주장들의 핵심은 이렇다. 기초과학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예산을 많이 투입하고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장기적·안정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경우 이미 100년 전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벤치마킹해 이화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막대한 지원을 해왔는데, 우리는 겨우 작년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세웠다는 것, 대학과 연구소의 젊은 연구자들은 이공계 차별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도전적·창의적·장기적 연구에 매진하기가 어렵다는 것,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들은 연구의욕을 꺾는 관료주의와 단기 프로젝트 등으로 사기를 잃고 있다는 것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깨닫지 못했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기초과학은 당연히 대학과 연구소에서나 이뤄지는 것이라는 오해 혹은 왜곡이다. 확실한 것은 그 ‘기초과학의 기초’는 초등학교 과학실, 적어도 초·중·고 과학 수업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물리학상 7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2명으로 과학 분야에서만 16명이 수상한 일본은 독창성을 중시하는 교육에 주력하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실험과 흥미 위주의 과학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물리학의 묘미는 퍼즐과 같은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인데, 초등학교 과학시간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한 물리학상 수상자(2008)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의 말이 그 증거다.

물리학상 수상자(2012) 데이비드 와인랜드는 캘리포니아 엔시나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것 정말 멋진데(This is pretty cool)”가 첫 수업의 인상이었다고 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 그의 말은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도 남는다.

“선생님은 성적표에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내 꿈에 대해 ‘완전히 시간낭비’라고 쓰셨다”고 한 영국의 생리의학상 수상자(2012) 존 거든도 “열등감은 나의 힘”이라고 해 학교교육의 영향력을 강조했으며, “요트도 없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연구실에나 나가야지 뭘 하겠느냐”고 한 걸 보면 결코 돈이 전부가 아니란 걸 짐작할 수 있다.

과학수업을 바꾸면 우리도 곧 노벨상을 받는다. 수업을 특별하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상화만 하면 된다. 실험할 건 실험하고 토론할 건 토론하면 된다. 다만 무슨 매직 쇼(magic show) 같은 실험수업은 집어치워야 한다. 교사가 가진 매뉴얼(지도서)에 따라 분단별로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진행하고 100% 성공해야 속 시원한 그런 수업은 하나마나다.

학생들이 계획하고 준비해 흔히 실패도 하고 성공의 기쁨도 맛보는, 얼핏 보기에 ‘어설픈 수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노벨상 같은 건 걱정할 것도 없다. 까짓 거 받지 않아도 그만이다. 과학자, 과학교육자들은 정부와 함께 그것부터 인정하고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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