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양승본"경찰관 지시에 따르자"

당연히 지켜야 할 교통질서를 어기고 경찰에게 대드는 모습은 얼마나 꼴불견인가… 운전을 할 때 언제나 경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필자가 고교생이었을 때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시 용산역 근처에 교통고등학교가 있었는데, 그 고교의 골목에서 고급승용차가 좌회전 신호를 보내면서 나오려 하고 있었으며 시내버스는 직진 중이었다. 그곳에 서 있던 교통경찰관은 신호가 직진표시를 하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직진 우선 원칙에 따라 버스를 먼저 보냈다. 그러자 골목에 있던 고급승용차 안의 귀부인인 듯한 여자가 나와 교통경찰관의 멱살을 잡더니 “너, 왜 그렇게 버릇이 없어? 야, 자식아! 우리 집 양반이 지금 타고 계신데 버스를 막고 어르신부터 먼저 보내드려야지”라고 말하면서 질질 끌고 길가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주변의 사람들도 분개했지만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남편이 경찰관보다 높은 관직에 있다고 소위 유세(有勢)를 떨던 그런 모습은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필자를 속상하게 하는 기억 중의 하나가 됐다. 그런 현상은 요즈음에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교통질서는 지위고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신호에 따라 움직이면 되는 것이고 신호가 없다면 경찰관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의 길거리 풍경이다. 운전을 하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우리는 심심치 않게 교통법규를 위반해 경찰관의 단속을 받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단속을 받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일어나는 꼴불견들이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경찰이 법규위반으로 단속을 했으면 당연히 그 단속이나 지시에 따라 경찰관의 요구대로 면허증을 제시하거나 그 조치에 따라야 하는데, 이것저것 변명을 늘어놓거나 심지어는 경찰관과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그 다투고 있는 사람들 보고 누군가가 ‘당신은 민주시민이 아니군요’라고 말했다고 치자. 아마 대개는 화를 내면서 덤벼들지도 모른다.

결국 그런 사람들도 자신은 훌륭한 민주시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시민으로서 가장 기본으로 지켜야 할 교통질서를 어겨놓고 경찰관 앞에 대드는 그 꼴불견은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경찰관도 사람이기에 법규적용에 간혹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옥신각신 하는 그 흔한 모습들의 모두가 그런 실수는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할 것은 교통법규를 단속하는 경찰관이 운전자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법규위반도 아닌 사실을 가지고 자동차를 세우라고 하겠는가? 반드시 위반을 했기에 세운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것이 아닌가?

더구나 음주단속의 현장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도망가는 사람, 나무에 올라가서 버티고 있는 사람, 운전을 안 했다고 우기는 사람, 차를 두고 도망가는 사람, 이미 측정한 것을 다시 하자고 하는 사람, 큰소리로 욕설하며 싸우는 사람, 그렇게 생떼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끔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날 영국의 처칠 수상은 의회의 개회시간에 맞춰 가려고 교통위반을 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교통순경이 차를 세웠다. 그러자 처칠이 “여보게 난 처칠 수상이네. 의회에 시간을 맞춰 가려다가 실수를 했네. 좀 봐주게.” 그러자 교통순경이 말했다. “당신은 처칠 수상이 아니오. 처칠 수상이라면 아예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았을 것이며 만약 실수로 위반했다고 해도 봐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처칠 수상은 잘못을 시인하고 그 교통경찰관의 법집행에 따랐다.

어떻든 예를 든 일부 운전자들의 경우 당초에 위반을 하지 말았어야 하고, 일단 위반을 했으면 민주시민다운 자세로 떳떳하게 경찰관의 조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운전을 할 때는 언제나 경찰의 지시에 따랐으면 한다. 그런 마음과 태도가 진정한 민주시민일 것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기초질서 확립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