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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 세상만사]한 가지 일에 세 가지 접근 방법

 

지구는 돈다는 한 가지 진실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주장을 펼쳤던 코르페니쿠스·부르노·갈릴레이… 과연 우리는 어떤 사람의 자세를 본받아야 마땅한 것일까?

오래 전부터 해외에서 전달되는 토픽에 대해서는 그리 신뢰를 하지 않았다. 거두절미(去頭截尾)-앞뒤 뭉텅 끊어내고-이런 사례가 많다보니 내용이 하도 황당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인종도 많고 별의별 사람이 숱하니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도 ‘세상에 설마?’ 이런 경우도 많은데 지구 곳곳에서는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얼마 전 ‘21세기, 갈릴레이 재판’이라고 큼지막하게 제목 붙은 해외 토픽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이탈리아 법원에서 지질(地質)학자들이 대지진을 예측 못한 6명의 과학자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얼핏 들어 웃기는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판사(判事)란 어느 나라에서든지 상당한 학식을 쌓은 사람일 턴데 설마 야바위 판결은 아닐 테고. 그런데, 왜 ‘갈릴레이 재판’이라고 제목 붙였을까?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오래 전 읽었던 책 생각이 났다.

‘지구는 돈다’는 엄연한 자연법칙이 진실로 인정받기까지는 몇 사람의 목숨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구 저편에는 낭떠러지가 있고 그 밑에는 악마(惡魔)들이 우글거린다는 속설에다 당시 중세를 지배하는 교황청 교리의 뒷받침에 힘입어 그때까지는 ‘지구는 돌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이었다.

다시 말해,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고, 태양계나 별들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天動說)이 보편적 이론이었다. 그러나 약 450년 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地動說)을 발견했지만 교황청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있을 때는 평생을 입 꽉 다물고 있다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발표하게 됐다.

지금까지 혁명적 사고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事考)’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겁하다고 쉽게 말하는 이 있지만 과학에 따르는 존엄과 그 이론에 대한 소신이 아무리 뚜렷하더라도 일신상의 안위(安危)와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후인(後人)들의 무례한 요구!

그러나 ‘부르노’란 과학자는 코페르니쿠스보다 더 앞서 지동설과 유사한 이론을 발표했다가 ‘종교재판소’에서 7년간의 옥살이를 한 후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주장을 굽히지 않다 끝내는 화형(火刑)에 처해진다.

비슷한 시대에 저 유명한 ‘갈릴레이’란 과학자가 있다. 망원경을 직접 제작해 천체를 관측 해보니 은하수란 무수한 별들의 모임과 달에 있는 산맥 그리고 태양에 있는 흑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발견 자체 하나로 유명해졌으나 당연히 교황청의 경고를 받게 됐다. 그 또한 종교 재판에 붙여졌으나 자기의 이론을 철회하고, 오류를 고백하고서야 용서를 받았다. 결국은 ‘부르노’처럼 담대하지 못하고 소신을 굽혀 천동설이 옳다는 서명을 하고 법정을 나오면서 하늘을 쳐다보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지금도 회자(膾炙)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구는 돈다는 한 가지 진실에 한 사람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주장을 하고, 또 한 사람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또 한 사람은 간접적 방법으로 자기의 주장을 표현했다. 누구의 방법이 옳든 그르든 간에 세 사람 모두 죽어서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과 끝내는 진실이 인정받는다는 사실은 엄연하다.

이번 판결을 두고 유명 과학자들이 분노하고 있단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것에 관한 근본적인 오해”라고. 그리고 이번 판결 때문에 과학자들이 입을 다물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하기야 자연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인간의 몫일까?

그건 그렇고, 교훈을 하나 얻어야겠다. 하도 어지러운 세상인지라 ‘코페르니쿠스’ ‘부르노’ ‘갈릴레이’, 어떤 사람의 자세를 모름지기 본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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