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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김동석"고3 수험생 아빠의 반성문"

 

혹시 고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 중에 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보거나 직접 풀어본 학부모가 있을까? 고3 아들의 부탁으로 지난 6월, 9월 모의고사 문제를 영역별로 프린트하다가 27년 전 고3의 마음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어본 적이 있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등 문제를 풀다가 ‘이렇게 긴 지문과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우리 아들이 풀지?’라는 궁금증과 안타까움이 생겼다.

11월 8일 수능이 치러진다. 가슴이 뛰고 손에 땀도 난다. 하물며 아빠 심정이 이런대 정작 수능을 앞둔 아들은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할까. 수능이 막상 코앞으로 다가오니 수험생 아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많이 떠오른다. 대입시험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해 지속될 것이고, 모든 학부모들이 필자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할 것이기에 고3 수험생 아빠로 지낸 1년의 경험과 잘못을 다른 학부모들이 참고하길 바라는 점에서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첫째,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런던올림픽 축구경기가 열릴 때 축구를 좋아하던 아들은 새벽에 열리는 경기를 보곤 했다. 한두 번 참다가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고3이 잠은 안 자고 축구만 보냐?”고 심한 잔소리를 하자, “아빠, 잘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고3이라도 365일 공부만 할 수는 없잖아요? 컨디션 조절하면서 공부에 지장 없도록 할게요”라는 말에 말문이 막힌 경험이 있다. 부모들은 흔히 ‘내가 고3 때는 이렇게 공부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말은 자녀입장에서 보면 아빠, 엄마 자랑일 뿐이다. 사안별로 한계상황에 놓인 수험생 입장에서 바라보는 지혜가 학부모에게 요구된다.

수험생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둘째,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변변히 고3 아빠노릇을 못했다. 언젠가 맛난 것도 사주고 격려도 하리라 다짐을 했지만 지키지도 못한 채 수능이 다가왔다. 아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많은 시간을 가지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깊은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품고 지내지 않았나 싶다. 힘든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과 따뜻한 저녁을 함께 먹으며 공부 얘기는 하지 말고 친구 관계는 어떠한지, 지금의 고민은 무엇인지를 들어주는 아빠가 되지 못했다. 늦게 귀가한 아들에게 간식을 갖다 주면서 어깨를 주물러주고 ‘아들! 힘들었지?’라는 응원의 소리와 몸짓도 매우 부족했다. 아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빠가 바빠 함께 지낼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도 했다.

셋째, 성적이나 수치보다 아이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매달 치러지는 언어, 수리, 외국어 모의고사 점수와 등급에만 관심 있었지, 아이가 그런 성적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잘했다는 격려보다는 걱정 섞인 말을 앞세운 적이 많아 아이 마음에 적잖이 상처도 준 것 같다.

넷째, 고3 뒷바라지는 아내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나마 두 차례 대학 입학설명회에 아내와 함께 간 것이 아빠노릇 했다고 자부했다. 입학설명회장에서 입학처장이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라는 뜻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라고 전제하고 “그러한 아줌마를 대한민국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고3이다”이라고 해서 크게 웃은 바 있다. 극도로 지치고 예민한 고3 자녀들의 뒷바라지는 단지 엄마만의 몫이 아님에도 아빠의 노력은 매우 부족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수험생 아빠와 엄마들은 잘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자녀마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그러나 또 필자와 같이 아들, 딸들에게 바쁘다는 핑계와 그럴싸한 변명으로 당당하지 못한 수험생 아빠도 있으리라 본다.

자녀들이 “고3 시절, 힘들었지만 아빠, 엄마와의 아름다운 추억도 있었다”라고 기억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큰애 수능을 앞둔 시점의 반성을 교훈삼아 중학교 2학년인 딸이 고3 수험생이 될 때는 좀 더 나은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11월 8일, 경기도의 어떤 학교에서 수능을 치를 아들을 포함한 전국의 수험생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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