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불치병’으로 치부돼 온 ‘교회 세습’ 관행을 없애기 위한 단체가 공식 출범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지난 2일 오후 명동 청어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 세습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반대 운동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 바른교회아카데미 등이 함께하는 세반연은 출범선언문에서 “부·명예·권력이 동반되는 담임목사직을 자녀나 자녀 배우자에게 세습하는 행위는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더라도 안으로는 교회의 성경적 정체성을 파괴하고 밖으로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방해하는 크나큰 사회적 일탈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 세습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라며 “북한의 3대 세습, 재벌의 편법 세습처럼 교회 세습의 요체가 자기 자신과 자녀, 자기 조직만의 안정과 유지를 위한 이기적인 탐욕이라는 것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세반연은 “세속에서도 납득하지 못하는 세습을 탐하는 것은 복음의 증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입으로는 복음을 전하면서 삶으로는 복음의 정신을 위반하는 위선적 전도에 설득될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동대표는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세택 두레교회 목사가 맡았다.

또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 김북경 전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등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김동호 공동대표는 “세습하는 교회는 죽지 않는데 (세습 때문에) 한국 교회가 죽는다”며 “몰상식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교회 세습이 개신교 쇠퇴의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손봉호 고문은 격려사에서 “요즘은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조롱하고 심지어 걱정한다”면서 “세습 반대 운동이 앞으로 세습 유혹을 받게 될 분들을 살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반연은 앞으로 교회 세습에 대한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와 각 교회의 세습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은 물론 목회자 2세를 대상으로 세습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회정관이 있는 교회를 대상으로 정관에 세습금지 조항을 넣도록 촉구하고 개별 교회의 세습에 대한 상담·대응 운동, 세습방지법 입법 운동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