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삶과문화]김선우"인생의 내비게이션"

 

개개인이 자신의 인생활동을 결정함에 있어 장래 직업 및 이를 이루기 위한 준비로 적절한 교육기관을 선택하고, 그곳을 통해 사회적 자기실현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원조·지도하는 일을 진로에 대한 사전적 의미로 이야기한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필자뿐 아니라 모든 부모들이 고민하는 공통 과제일 것이다.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면서 사회적, 직업적으로 신분이 상승했으면 하는 기대치에서 학업과 공부에 매진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과열이 난무해져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한다.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마쳤다. 마치 인생의 종착점이 수능시험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인 양 혈안(?)이 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몰라도 모두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이번 수능시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 또한 자녀들의 인생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일이 떠올랐다.

2남 1녀를 둔 필자는 자녀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와 종종 나누곤 한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여학생인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패션·의류학과와 관련된 공부를 하겠다고 일찍 결정을 해놓고 열심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논술이 필요하다고, 또는 미술실기가 필요하다고 혼자 학원을 찾아다니며 상담도 하고, 패션쇼를 구경하고 싶다며 친구와 함께 직접 티켓을 구입해 현장에 다녀오기도 한다.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파악하고는 인생의 목표를 결정했다면서 자기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오늘도 독서실로 향한다.

필자는 둘째인 아들 얘기를 하고자 한다. 특별하게 적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들은 중학교 3학년생인데, 초등학교 6학년까지만 해도 학생회장을 하며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스스로 바둑과 태권도 학원을 선택하며 나름 열심히 보내더니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사춘기가 시작되었는지 통 공부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게 눈에 띄었다. 그나마 관심이 있다면 만화를 그리고 공룡, 새 등을 만드는 데 열중한다는 것뿐.

어느 날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아내와 아들 셋이 앉아서 논의를 했다. 아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고교진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가고 싶단다. 어느 쪽 공부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없다. 대학에 진학할 경우 전공을 생각해 봤냐는 질문에도 역시 대답이 없다. 현재의 점수에 맞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막연히 진학하겠다는 생각이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싶다는 학업계획이 아직도 정리 안 된 듯하다.

중학교 3학년이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기에 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서 꺼냈다. 지금의 성적으로 충분히 인문계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그 성적에 맞게 전공에 관련 없이 대학에 진학하는 식의 인생 진로는 옳은 것 같지 않다고 단호히 말을 꺼냈다. “결정이 급한 게 아니니 우선은 하고 싶은 게 뭔지, 뭘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지 생각해 보자.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고교 진학을 진지하게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아내도, 아들도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며칠 뒤 다시 얘기를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다시 둘러앉은 우리는 아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결정은 이천에 있는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에 도자기축제장을 함께 둘러보기도 하고, 도자전시도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함께 학교를 찾아 선생님들을 만나 상담을 하면서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중학교 중간고사 시험까지 진학에 반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시험공부를 하는 데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 아마도 중학생이 된 이후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 묻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해서 장학생이 되고 싶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진학은 어떻게 하느냐, 대학 졸업 후에는 어떤 길이 있느냐 등 말이 없던 아이가 인생에 대한 궁금증을 연실 토해낸다.

인생의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를 되내이며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