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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당의고전]能書不擇筆(능서불택필)

글씨에 능한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원래 명장이나 명필이란 훌륭한 사람은 어떤 도구나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진정한 달인은 종이나 붓 같은 재료를 가지고 트집부리거나 탓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택지필(不擇紙筆)이라고도 한다. 속담에도 서투른 무당이 장구 탓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중국 서예가들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 서예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있는데 구양순(歐陽詢)이란 사람이다. 그는 왕희지의 법을 배워 자기의 독보적 해서체를 완성한 사람으로, 동양 서학도들에게 최고의 규범이 되었으며 당나라 태종을 지도하기도 하였다.

그는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고 어떤 종이든 붓이든 간에 자기 뜻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비유해서 생겨난 말이 불택지필(不擇紙筆)인 것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 따위의 재료나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라면 서화의 달인이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반면 당시 동등하게 명필로 불렸던 저수량(楮遂良)은 붓을 만들 때 붓의 속은 너구리털을 넣고 토끼털로 겉을 싸서 상아나 코뿔소 뿔로 자루를 한 붓이 아니면 절대로 쓰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 구양순과 정반대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반드시 붓을 가린다(能書必擇筆)는 전설을 만들기도 하였다. 여기까지는 하나의 통설로 볼 수가 없는 것이 서체에 따라서 획의 굵기와 장단이 붓에 달려있기 때문이며 그림도 붓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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