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덕수궁미술관서 류경채 화백 회고전

제1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던 류경채(1920-1995) 화백의 회고전이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하는 '계절의 여운-류경채 회고전'은 초기에서 말기까지의 류씨 작품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작가는 드로잉을 거의 남기지 않았는데, 1951년에 그린 두 점의 드로잉이 이번에 특별히 출품돼 더욱 눈길을 모은다.
류씨는 자연에 대한 감동을 서정적 회화로 풀어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구상에서 비구상, 추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자연과 교감하려는 예술적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절제된 미니멀리즘적 화면과 기하학적 분할을 끊임없이 시도했으나 서정적 자연관은 그대로였다.
출품작 중 대표작은 아무래도 '폐림지 근방'이라고 할 수 있다. 1949년에 개최된 제1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구상과 비구상을 아우른 가운데 일제 침략 후 황폐한 대지에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덕수궁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시기별로 크게 넷으로 나눠 구성했다. 서정적 리얼리즘 경향이 강했던 1940년대에서 50년대 말까지가 제1기라면 비구상 경향이 나타난 1960년대는 제2기로 분류된다. 또 70년대는 순수추상의 시대로 제3기에 해당하고, 색면분할로 발전한 70년대 후반 이후는 제4기로 부를 수 있다.
이중 '양지' '비둘기와 소녀' 등 50년대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 동화한 모습으로 표현되거나 감정이입이 된 그림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생전에 '인상깊은 자연을 한번 본 뒤 마음 속에서 재현해가며 그렸다'고 술회했다.
60년대의 대표작은 '도심지대'로, 대상이 해체되는 비구상의 경향을 뚜렷이 드러낸다. 서울 전체를 느낄 수 있는 회화기법을 궁리하다가 그려진 화면을 다시 지워 효과를 얻은 뒤 추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70년대의 순수추상은 색채를 물리치면서 운필로 화면을 덮어가는 방식을 취했는데, '독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류씨는 특히 70년대 중반에 '나무아미타불'을 제작하면서 초자연적이고 신령스런 분위기의 붉은 색조를 중심으로 숭고한 정신세계를 추구했다. 이어 70년대 후반부터는 감각의 세계를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선과 면에 의한 최소의 조형요소만 남기는 기하학적 형태의 색면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번에 출품되는 '염원' '축전' 시리즈는 절대자에 귀의하려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는 그의 이력이 잘 말해준다. 류씨는 추천작가, 초대작가, 운영위원장으로 국전의 역사와 함께하면서도 미술계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했다. 그가 주도한 창작미술협회가 한 예로, 최장수 미술단체인 이 협회는 아시아국제전 등을 조직해 한국미술의 해외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류씨는 이밖에 이화여대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예술원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나 개인전은 거의 개최하지 않는 등 자신에게 무척 엄격했다. 개인전이라면 1983년 춘추화랑 초대 회고전과 1990년 현대화랑의 고희기념전이 고작이었다. 이에 대해 류씨는 '남에게 보여 유익하지 않은 작품을 진열하는 개인전은 좋지 않다'며 '몇 달 동안 수십점을 양산한 개인전에 나쁜 작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회고전에 맞춰 류씨의 부인 강성희(예술원 회원)씨는 남편이 국전 대통령상을 받을 당시의 감회가 담긴 희곡 '폐림지 근방'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는 수필 '생과 사' 등을 실은 단행본 「죽음보다 강한 힘」(도서출판 답게)을 출간했다. 이와 함께 전시도록 「계절의 여운-류경채」(삶과 꿈)도 나왔다. 전시문의: ☎ 779-5310.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