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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임덕연"창의지성교육이 성공하려면"

 

하나의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은 쉬워도 그것을 정착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교육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헤쳐 나가고 있다. 자기 잘남에 사로잡힌 교사보다는 진정으로 학생에게 배움이 일어나게 사고의 풍부함을 가꾸어 가는 배움중심 교육이라든지, 상명하달의 일방적인 지시명령 관료체계에서 소통과 협력, 자율과 책임의 학교로 나아간다든지, 업무경감을 위한 노력 등으로 교육공동체가 함께 행복해지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창의지성교육은 지성교육으로 창의성을 도모하는 교육이다. 지성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교사의 지성을 함양하는 일일 것이다. 교사에게 지성이 있는가? 지성이 있다면 얼마나 있는가? 이것을 냉철하게 점검하는 일이 창의지성교육 성공의 열쇠이다. 지성 없는 교사가 지성교육을 잘할 수 없다. 지성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교육 연수를 많이 수료한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성은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어느새 뿜어져 나오는 향기 같은 것이다.

교사뿐 아니라 우리국민들은 한국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지성을 갖는다는 일은 고통의 시작이었다. 현실적으로 부딪쳐 오는 사회 현상과 사건 앞에 행동하지 않은 지성을 슬그머니 내려놔야 했다. 자기 비겁함의 술잔을 기울여야 했다. 지성은 비판적 사고력을 갖고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판단하며, 옳은 일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속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지성을 갖는다는 것은 교사에게 괴로운 일이다. 지성 있는 교사들은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학생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는 낡은 권위주의, 무사안일,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교육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무한경쟁으로 어린 학생들을 내모는 전국 일제고사 같은 일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사의 잡무를 줄여 주는 것이라 했지만, 가장 일거리를 많이 생산하는, 기피업무 1순위인 네이스라는 학생정보집적시스템을 반대 안 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교육감은 올곧게 자기 철학과 양심을 지켜내고 한쪽 눈을 질끈 감아도 되는 일을 서슴없이 나서서 행동하는 분이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고발까지 당하면서 시국 선언을 한 교사에 대한 내부징계를 거부, 정당후원금 낸 교사들 징계유보, 학생폭력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을 거부하는 일은 본받아야할 행동하는 지성이라 생각한다. 사실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면서 자기철학과 양심을 지켜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아니고서는 지성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더러운 부정부패의 냄새는 어느 정도 걷어낸 자리에 이러한 지성의 향기를 채워가야 한다. 교육전문직, 단위학교 관리자, 교사들도 행동하는 양심과 지성을 과감하게 표출해야 한다. 백 마디 말보다 보여주는 바른 행동과 양심 표현은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감수성 강한 학생들의 지성은 올곧게 함양될 것이다.

부족한 지성을 더욱 풍부하게 갖기 위해 독서와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 지성을 가르치는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학습방법이 독서와 토론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교육이다. 독서와 토론으로 자기성찰을 이루는데, 독서는 내 생각을 갖는 일이라면, 토론은 남과 내 생각을 견주는 일로 나를 더욱 바르게 성찰할 수 있는 거울 같은 것이다. 그러나 독서와 토론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기 성찰을 글쓰기로 정리해 내야 한다.

이제 창의지성교육을 중심과 근간으로 삼는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마다 교육청마다 독서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며, 두세 사람이 자투리 시간도 활용하여 함께 토론하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 먼저 경기도교육감이 즐겨 교육청 장학사들과, 교사들과 독서토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매주 공문 없는 수요일 오후는 독서 토론하는 날로 정해야 한다. 토론은 수평적 대화다. 업무에서 조금 벗어나야 진정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기 생각과 감성들이 글로 표현되어 쏟아져 나와야 한다. 학교마다 교사들 문집이 나와야 하고, 교육지원청 별로 작은 단위 모임에서 토론한 내용과 성찰한 자기모습이 글로 표현되어 나와야 한다. 그러면 창의지성교육은 성공한다.

창의지성교육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매뉴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길을 길이라 말하면 이미 길이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는 노자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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