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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세상만사]효성에 대한 짧은 고민

모든 효성의 기준 어버이의 기쁨심청, 이런 기준에 대입하면 효성의 대명사 결코 아니다

 

효(孝)라는 글자를 파자(破字) 하면 자식이 아버지를 업고 있는 형상이다. 봉양(奉養)을 강조하는 냄새가 강한데…. 요즘 뒤죽박죽성 뉴스에는 ‘어미가 세 살 난 자식을 어떻고…’, ‘자식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어머니의 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고… 어떻고…’ 이런 어수선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다. 자정과 효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엉망이다.

옛날 어느 선비가 효성에 관해 자료조사차 전국 효자마을을 순회했다. 마을에서 세 번째 가는 효자집을 방문했는데 아주 부자였다. 어머니에게 맛있는 음식과 비싼 옷을 사드리지만 돈벌이에 바빠 어머니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 그것이 험이 되어 3등이 되었다.

두 번째 효자는 가난했지만 정성스러웠다. 나무를 팔아서 고기반찬을 사드리지만 정작 본인은 밖에서 물로 배를 채웠다. 과연 어머니가 몰랐을까? 어찌됐던 어머니를 속인 것이 감점(減點)이 되어 2등으로….

마지막으로 1등 효자집을 방문했는데, 웬걸 이건 효자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생떼 쟁이였다.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어리광을 피우고, 발 더럽다고 씻겨 달라 하고….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은즉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미는 자식 밥 해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어리광 부리는 것을 보는 것이 제일 흐뭇하기 때문에 1등이란다. 선비가 일리 있는 말이라고 무릎을 쳤다.

결국 모든 효성의 기준은 어버이의 기쁨이다.

이런 기준에 대입하면 효성의 대명사 심청은 결코 효녀가 아니다. 심봉사가 눈을 떴다고 해서 행복할까? 새로 얻은 뺑덕어멈이 심청과 비교나 될까? 차디찬 바다에 몸을 던진 심청을 생각하느라 자나 깨나 슬플 뿐이다.

심청가에서 심봉사 마음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허, 이거 어인 말이냐 / 이봐라 청아 / 무엇이 어째 / 애비 보고 묻지도 않고 무슨 말이냐 / 너 팔아 눈을 뜨면 / 무엇 보자고 눈을 뜨고 / 철모르는 이 자식아 / 애비설움을 너 들어라!” 구구절절이 피를 토한다. 중중머리, 계면조로 흐르는 창(唱)을 들으면 눈물 찔끔 거리지 않은 이 없다.

이럴진대 과연 심청이가 효녀일까?

아직까지도 모든 어머니의 사표로 떠받드는 신사임당 일화에도 꼬집을 것은 있다. 시집간 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친정에서 3년상을 치르고 다시 원대복귀(?)했다. 일단 시집을 가면 그 집 귀신이 될 것을 요구하던 시대인데 과연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래, 내 딸아 고맙다, 고마워” 했을까? 삼 년 동안 시부모는, 남편은, 자식은 어찌하라고…. 그렇고 보니 그 시대 효성이 절대적인 것은 아닌가 보다.

가까이 하는 부부가 있는데 어느 날 “우리 신랑 울보”라고 했다. 일면식(一面識)도 없는 어느 연예인 아버지의 장례장면을 TV에서 보더니 불현듯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면서 눈물을 철~철 흘리더라나.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버지가 사준 자동차라며 벌써 단종(斷種)이 된 고물 차를 아직까지 애지중지한다. 부인이 위험하다고 한사코 새 차를 권유해도 ‘아버지가 사주신 것인데’ 하면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한단다.

그래도 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부품이 낡아서 사고라도 난다면 지하에서 크게 화내실 것이다. “바보 같은 놈아! 진정한 추모란 그런 것이 아니야!” 그래도 요사이 보기 드문 효자임에 분명하다.

이 기회에 주문 비슷한 것을 한다면… 제사상에는 평소 내가 즐기던 것으로 마련하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고! 큰일 났다. 모두 몸에 안 좋은 것뿐이구나!

그런데 골프에 살고, 골프에 죽는 어느 친구 왈 ‘본인 기일(忌日)이 오면 홀-인원한 공을 반드시 제사상에 올리라’고 유언한단다. 그래! 죽어서까지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들라고 악담(惡談)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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