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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이상한 나라의 현수막

 

‘여러분의 한 표! 우리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걱정 대신 열정으로! 한숨 대신 함성으로! 기권 대신 투표로! 용감한 유권자들’ 등등의 투표 독려 현수막을 고민하던 나는 파주시 도시경관과의 불가 해석에 경악했다.

아니, 바로 옆의 고양시뿐만 아니라 관악구, 동대문구, 서초구, 서울시 등등의 현수막을 직접 본 나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투표 독려를 하는 현수막이 <공직선거법>이나 <정당법>이 아닌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거하여 행정게시대 외에는 걸 수 없다는 해석이었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해석이 달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쟁을 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해석하고 공감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법리 해석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변호사와 통화하였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은 ‘옥외광고물의 표시·설치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행정목적의 법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투표독려 운동 등 공직 선거와 관련한 현수막 등은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아니며, 영업활동을 위한 광고가 아니라 공공의 목적을 위한 정치활동에 해당되므로,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의 단속 규제를 위한 법을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만일 이 법에 의한다면 투표 독려 등의 현수막을 행정게시대에만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되어, 사실상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한하는 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핵심은 단속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안전부의 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을 동일한 범주의 법률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라 생각한다.

범주가 다른 두 법을 동격의 법률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현수막을 철거한다고 하는 걸까요?” 했더니 변호사가 말한다. “복지부동이지요.”

나는 적어도 파주시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공무원들이 행정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시민의 공복인가라는 의문을 종종 갖는다.

지금 도시경관과처럼 법규 해석을 철두철미(?)하게 하면서 내가 볼 때는 지나치게 규제하는 데가 있는가 하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검산동의 모 베이커리처럼 오히려 도로 지분 위에 건물을 지어도 규제하지 않는 부서가 있다.

좀 있다는 사람의 호화묘에 대해서는 단속의 잣대가 느슨하고, 어떤 경우는 토석채취라는 문구가 ‘돌만 채취’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것이 한두 개인가?

어떤 일에 빠져 있으면 그 동굴 안에서 세상을 보는 데 젖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을 벗기 위해, 공무원이면서도 시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이면서 시민이고, 시민이면서 동네 이웃이고, 이웃이면서 유권자라는 것. 이렇게 여러 범주의 거울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때 파주시 행정이 이상한 나라의 그것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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