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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당의고전]促膝談心(촉슬담심)

무릎을 맞대고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함

 

추심치복(推心置腹)이란 말도 있다. 내 심장을 남의 뱃속에 넣어둔다는 말로, 남을 믿고 성의를 가지고 교제함을 비유한 것이다.

옛말에 출호이자반호이(出乎爾者反乎爾)라는 말이 있다. 이쪽에서 마음을 터놓고 손을 내밀어보니 상대방도 은연중에 그 손을 잡아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흉금을 터놓고 기탄없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생각밖의 우정이 싹트게 되고, 거북스런 거부감도 먹구름 걷히듯 한다는 것. 고대의 계급사회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고관대작들은 자기만의 담을 쌓아 자기에게 이로움이 있을 때 나아가고, 그렇지 않으면 주춤대는 허세를 부렸으며, 불리해지면 온갖 추태를 부리기도 하였다. 때문에 흉금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인간미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시인 김삿갓은 길을 가다가 나무꾼 백수건달(白手乾達)을 만나게 되었는데 주막에 들어가 술잔을 나누는 사이에 서로의 흉금을 털어 놓은 사이가 되었다. 그와 헤어지고 난후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외쳐댔다. 즉,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간사 이치이니 어찌 할 것이냐며 시 한 수를 남겨놓았다.

“오늘 아침 한번 헤어지면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今朝一別後 何處更相逢).”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장면이다.

분신처럼 여겨졌던 운전기사가 폭로를 하고, 몇 십 년 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이 녹취를 해서 폭로가 만연한 시궁창 같은 이 판국에 가을바람처럼 상쾌하게 가슴을 열어줄 이는 그 어디에 있는지.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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