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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안혜영"문화 즐기는 법도 배워야 한다"

 

요즘 ‘패밀리 데이’라는 말이 인기다. 그 뜻은 말 그대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나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패밀리 데이란 일주일 중 하루는 정시 퇴근을 권장하여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런 만큼 가족과 보내는 여가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학교는 물론 술과 수다 떨기로 낭비되던 각종 모임도 공연관람이나 축제를 즐기는 것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이런 시대흐름에 발맞춰 경기도는 각종 체육대회를 비롯해 경기레포츠페스티벌, 경기안산국제항공전, 경기국제관광박람회, DMZ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문화체육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경기도 자체의 행사는 물론 31개 시·군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가 경기도민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예절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말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태도를 가장 기초적인 교육현장에서 배우고 익히는 셈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문화를 즐기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지는 의문이다. 수많은 행사와 축제가 치러지는 것에 비해 이것을 올바르게 더 잘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 각자에게 맡겨진 몫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스포츠 메카라 불리는 경기도는 전국체전에서 11연패는 물론 생활체육인 또한 제일 많다. 하지만 경기매너와 응원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각종 체육행사는 어떠한가? 체육을 통해 규정과 예의를 지키며 서로에 대한 협동심, 인내심, 절제력, 상대를 존중하는 성숙함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체육이라 했다. 그런데 종종 선수들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야유는 물론 관중들의 관람태도에 의해 시합이 중지되기도 한다.

나는 올 10월에 열렸던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다녀왔다. 행사 후 철거되는 다른 박람회와 달리 박람회가 끝나면 공원을 꾸몄던 작품들은 각 테마의 이름을 갖고 그대로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될 것이라 했다. 첫날, 공원 초입부터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편하게 앉아 담소도 나누고,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쉬어가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작품마다 사진도 찍고 아이들은 체험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 또한 매 작품정원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 다시 찾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작품들은 훼손되고 야간조명을 위해 만들어 놓은 꽃잎은 사진을 찍겠다며 아이들이 의자처럼 앉아버려 꺾여버린 지 오래다.

우리아이들에게 정원 한가운데서 찍은 사진을 물려주기보다는 평생 행복하게 문화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아닐까?

처음에는 즐기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이제는 문화체육행사를 많이 유치하는 것보다 한층 높은 문화인식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때이다.

축제나 공연을 100% 즐기기 위한 예절 몇 가지를 살펴보자. 공연장에서는 공연시작 10분 전에 입장하기, 음료나 꽃다발은 반입금지, 공연 중 사진 찍지 않기, 핸드폰 끄기, 연령제한 지키기, 공연에 따라 격식에 맞는 복장으로 공연자와 다른 관람객까지 배려하기 등등 기본매너를 지켜야 한다. 또한 공연별 박수치는 타임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학교나 그룹에서 단체관람을 할 때 오히려 그릇된 문화에티켓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관람객을 무시하고 전시장에서 큰소리로 설명을 하는 지도자, 공연관람 도중 단체로 자리이동을 하거나 퇴장하는 경우, 등산의 경우 산 정상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 장소와 상관없이 구호를 외치는 그룹, 국내외 여행 중 각국 문화를 무시하고 큰소리로 떠들고 반말·장난·과도한 스킨십으로 유명한 한국여행문화 등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다. 일부 문화를 즐길 줄 모르는 비매너로 인해 우리나라의 문화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생활 속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

모든 행사를 시작하기 전 단 5분이라도 그 행사를 즐기는 방법을 안내해주면 어떨까? 안내 팸플릿에 그 축제 에티켓을 몇 줄 넣어주면 어떨까? 이젠 문화예절의 수준을 높여야 할 때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문화 관람에 대한 예절이 소홀히 다루어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다. 에티켓과 매너도 경쟁력이다.

기본 에티켓을 지키는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로 어렵게 자리 잡은 생활 속의 문화가 더 기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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