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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세상만사]빅토르 위고 선생! 고맙습니다

 

‘장발장’이란 소설을 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새로운 도시에 외톨이가 되어 책방을 들락거렸다.

스쿨서점이란 곳에서-위인전, 아동문학전집 심지어 지금도 19금(禁)인 ‘차타레 부인의 사랑’까지 손댔던, 독서에 대해서 대구마구 시절이 있었다.

책 제목도 레미제라블이 아닌 주인공 이름을 따서 ‘장발장’이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오랫동안 감옥살이 한, 불쌍한 사람… 기억의 전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빅토르 위고란 대문호의 레미제라블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고 오랫동안 감동의 여운에 젖었다.

인간도 아닌 짐승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이 되고, 천사를 거쳐 끝내는 신이 되고야마는 어느 사나이의 일생!

자유, 인권, 평등, 법, 사랑, 정치, 용서, 자비-지금도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한숨을 토(吐)했다. 왜 위대한 소설은 항상 이토록 한 인간의 무차별적 희생을 필요로 하는지?

장발장은 모든 이가 외면하지만, 신부님은 오히려 “내가 준 은촛대는 왜 안 가지고 가셨소?”정말 뭉클했다.

혁명의 불길이 프랑스를 광풍처럼 지날 때 청년들이 혁명의 필요성을 거지들을 모아놓고 설득하자 “우리들은 그런 것 필요 없소. 빵 한 조각만이 하느님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절규(絶叫)한다.

이제는 흔한 말이 됐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자, 인생을 말하지 마라!” 다시 한 번 기억해 둘 말이다.

장발장을 평생 뒤쫓는 뱀처럼 차가운 형사 자베르- 결국 그가 평생 머리에 이고 다녔던 실증법은 장발장의 신(神)에 가까운 용서-자비에 무너지고 끝내는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

그렇지만 자살이 최고의 방법이었을까?

빅토르 위고! 하여간 대단하다. 예술가의 다작(多作)은 성과와 일맥(一脈)이다.

피카소가 위대한 것은 창조에 대한 정열이다. 물론 최선과 관계있겠지만, 많은 작품을 남기는 것, 이 점에서 빅토르 위고는 선구자였다.

장수(長壽)하였으며 화가, 시인, 극작가, 정치인, 두루 여러 곳을 넘나든다.

처음에는 왕당파(王黨派)를 지지하는 지식인이었지만 정의, 사랑, 평등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고 혁명을 주장한다.

한때는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지만 내가 놀 물이 아니란 걸 일찍 깨닫고 발을 뺀다. 특이한 경력도 있다. 간통으로 투옥된다.

표현이 뭣 하지만 매우 쪽팔려 했다 한다. 스캔들도 어느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데 이런 체험이 소설의 자양분(滋養分)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신부님, 스님, 목사님들이 결코 ‘북회귀선’이나 ‘파리의 마지막 탱고’ 같은 소설은 쓸 수 없는 법이다. 설령 쓸 수 있더라도 안 쓰는 것이 본인을 위해 좋다.

유언에 “교회의 기도를 거부한다” 대신 “영혼으로부터 나오는 단 한 사람의 기도”를 바라는데 덧붙이기를 “신과 영혼 그리고 책임감, 이 세 가지 사상만 있으면 충분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충분하다”라고 끝맺는데 책임감의 대상은 무엇일까? 사회적 책임? 가정에 대한 책임? 또 속(俗)된 생각으로 흐르는구나.

생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고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치렀다.

아무리 너르게 생각해도 이번 대선 때문에 우리 주위의 예술가들에게 국장은커녕 사회장도 치러줄 사람의 범위가 매우 축소됐구나.

2013년 올 한 해 머리에 지고 갈 개인적 목표는 ‘용서와 자비’라는 어려운 과목을 택했는데 레미제라블 영화 한 편이 결심을 굳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가올 한 해를 버거워하시는 분들에게 영화 레미제라블을 추천한다.

빅토르 위고 선생! 하여간 여러 가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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