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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김동언"새 정부, 문화예술을 다시 생각할 때다"

 

새해가 밝았다. 2012년과는 다른 특별한 해가 2013년을 새롭게 밝히지는 않을까, 올해는 무언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믿고 싶다.새해 첫 날, 동해로, 전국의 명산으로 혹한의 추위를 무릅쓰고 구름처럼 해맞이 길에 몰린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새 정부가 출발하는 해이니만큼,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곳곳에 널린 문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순조롭게 풀어 각자의 처지에서 안정된 일상이 보장되고 내일의 꿈을 꿀 수 있기를 새 정부에 기대하고 싶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약속한 공약들을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미해결 과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자랑스레 떠들어댔지만 이것이 과대 포장은 아닌지, 듣기 좋은 구호일 뿐인지 의문이다. 대부분 공약의 무게 중심이 경제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국민 삶의 질 향상’ 단계와는 아직도 너무 먼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론 어떤 가치도 생존과 겨루어서 앞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의 최우선 현안으로 ‘민생문제 해결’을 앞세운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가장이 식구들 의식주를 먼저 해결하겠다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너무나도 당연한 그 일이 잘 되지를 않나 보다. 경제를 되살리겠다,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와 의지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듣던 소리였으니 말이다. 과연 경제가 좋았던 시절은 있었는지 누구든 붙잡고 묻고 싶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기가 좋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새 정부의 문화관련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문화 대한민국’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헌법에 규정된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기본법 제정을 약속하며 향후 5년 내 정부 예산의 문화재정을 2%로 한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 정부의 문화정책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도 보장하지 못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며, 예산이나 조금 올려주면 된다는 식의 해법이다.

그동안의 근대화 과정에서는 경제 논리가 앞섰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문화예술 영역은 그야말로 ‘밥 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의 문제였다. 있는 사람들의 장신구쯤으로 문화예술을 치부한다면 틀린 생각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가 문화의 세기가 어떻고 창의력이 국가경쟁력의 바탕이라고 생각하고 언급한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위원회 격인 미국예술연합(AFA·Americans for the Arts)이 지난해에 발표한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보자. ‘문화예술은 그 자체가 산업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소중한 관광자원이자 창조산업의 엔진이며 창의적 21세기형 인력을 양성한다. 예술교육은 학업성적을 향상시키고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이롭다. 나아가 사회적 결속력을 높여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인간성을 고양시켜 진정한 사회 발전을 이끈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저 막연하게 좋은 문구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각종 연구의 결과물과 조사 사례 등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술지원정책. 한가하고 팔자 좋은 베짱이들의 신선놀음에 돈 몇 푼 쥐어주고 달래는 수준의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당면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높이기 위해서 예술은 필요하다. 문화정책에 결코 정치적 이해를 계산하고 시장경제논리를 앞세우면 안 된다. 문화가 돈이 된다며 한류나 뮤지컬,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만 지원이 집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돈 되는 일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이 알아서 달려든다.

이제는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감할 정도로 새로워져야 한다. 돈 몇 푼 쥐어준다고, 대형 이벤트 몇 개 벌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양극화 문제, 경쟁 논리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 환경 문제, 더 나아가 사회 모든 조직에 만연한 구조적 비리와 전근대적 관행이 해결되려면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문화예술은 한 나라의 미래 비전과 발전의 토대가 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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