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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이원희"여러분의 열정에 감동받습니다"

 

지난 연말 특이한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1년 평가를 하는 모임이었다. 장안구, 권선구, 팔달구, 영통구의 지역 회의와 시 위원회의 1년간 활동을 결산하고 내년도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축제의 마당이었다. 여기에 청소년위원회 소속 고등학생들이 참여하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야간 수업하지 않고 나와도 되느냐는 한 학부모의 농담에 ‘나랏일에 참여하라고 보내어 주었다’는 대답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개그 콘서트를 흉내 내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는 철저히 주민 위주로 이루어졌고, 시 공무원은 지원하는 역할 분담으로 이루어진 것은 의미 있었다. 연말 결산의 모임에 자발적으로 100여명이 모였고, 스스로 자기 평가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발표를 위한 ppt 자료도 만들고 함께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담당 과장이 혼자말로 하는 말이 또한 의미 있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역 사회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 여러분의 열정에 감동을 받습니다.”

이날 행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주민참여예산의 1기가 끝나고 2기로 접어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초기에 도입을 하자는 주장을 하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하는 보다 구체적인 활동 전략이 제시되어야 할 시기이다. 팔달구 위원들이 주장한 참여하는 위원들의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았다. 우리가 선출에 의한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웃과 소통하는 노력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시의 예산 운영과 관련하여 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영통구와 같이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홍보를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운동 방식을 만들어가자는 중요한 의견이었다. 나아가 예산 사업을 제안한 위원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실명제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공무원만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책임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안자를 명예 감독관으로 하여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책임과 권한을 주자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장안구 위원들은 예산 사업이 1년 내내 이루어지고 있고,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도 1년의 주기를 가지고 예측 가능한 활동을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예산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날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30분의 시간을 주고 토론을 하고 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는데, 너무나 재미있게 토론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간 경제나 건설 부문만 관심을 가졌으나 이제는 문화나 복지에 관심을 갖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생활민주주의, 토의민주주의 등등 정치학자들이 주장해온 가치 있는 해석이 여기에 있다는 감동을 받았다.

즐거운 한마당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 한편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주민의 열정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긴 했으나 이는 공무원의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사실이다. 주민의 목소리는 바깥에 있고 결정권한은 여전이 시청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기제는 시장의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날 시장이 직접 와서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직접 위원장을 소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시 공무원에게 주민참여예산을 잘 하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문제는 출발기에는 이러한 직접적인 시장의 관심과 참여로 전개되지만, 빨리 제도화 되어 자연스러운 절차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날 행사를 통해 주민참여 예산은 민주화 이후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밤늦게까지 행사를 지원해주고 청소까지 도와주신 공직자들의 모습을 보고, ‘여러분의 공직 의식에 감동 받는다’는 대답도 꼭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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