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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마음을 돌봐주는 예술

 

2012년 가을 수원 지동에 ‘황금마차’가 나타나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황금마차’라고 해서 대단한 마차가 아니라,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포장마차를 끌고 나타나서 골목 안에서 음악도 들려주고 몰려든 사람에게 국수도 말아주는 소박한 마차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듣고 박수를 쳤다. 예술가들은 몰려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노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즉석에서 노래로 만들어 불러주었다.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듯하였다. 노래를 듣던 한 할머니는 지동이 재미있고 좋은 동네라고 말하며 지동으로 이사 오라고 권한다. 불과 몇 개월 전 지동 주민 중 일부는 무서워 못살겠다며 이사를 가겠다고 했는데. 지동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오원춘의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분노하였고, 주민들은 불안해하였다. 그런데 지동으로 이사를 오라니? ‘황금마차’라는 예술가들의 예술치유 행위가 주민에게 위안을 주고 마음을 치유해 주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2011년 가을 부천의 환경미화원 이야기이다. 환경미화원의 환경미화 작업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다. 환경미화원 중 스스로의 노동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몇몇 환경미화원들을 예술가들이 만났다.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하다가 낙엽을 쓸어 모아 글씨를 만들자, 쓸모없어 보였던 낙엽이 예술의 소재로 변하였다. 유리에 비누를 칠하고, 거품을 만들어 아들 이름 석 자를 쓰다가 점차 거품 드로잉을 즐겼고 그러면서 생활 속의 작가가 되어 갔다. 스스로 하는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환경미화원 한 분이 “누가 이런 생각을?! 재미있겠다! 우리 가족들과 함께해도 돼? 내가 작가라고? 작품 구상해 봐야겠다!”고 하였다. 예술이 환경미화원을 생활 속의 작가로 만들어 주었고,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가지게 해 주었다.

복지의 시대이다. 사회적 약자는 기초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고, 노인에게는 연금을 지급하며, 아동들의 양육비도 정부가 부담을 한다. 복지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수혜 대상자의 경제생활을 돌보는 복지만으로 부족하다. 마음을 돌보는 문화 복지의 확대가 필요하다. 문화 복지는 문화에서 소외된 계층과 지역민이 골고루 문화를 향유하게 해 주는 제도이다. 한국사회는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마음을 돌보아 주고 치유해 주는 ‘마음 복지’, 문화 복지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국민들은 그리 행복해 하는 것 같지 않다.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사회지표 중 하나가 기대수명이다. 기대수명은 출생자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한다. 2011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27세이다. 2010년 유엔이 조사한 세계 기대수명인 67.9세, OECD 국가 평균 78.9세보다 높다. 197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1.93세였는데, 40여 년 만에 31% 늘어났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 의료시스템 개선, 국민의 영양상태 개선의 결과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한국인들의 객관적인 삶의 질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는 매우 낮다. 삶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OECD 34개국 중 32위이다. 자살률은 세계 2위이고, OECD 국가 중에서는 1위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가? 학교 폭력, 왕따, 청년실업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좌절감,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곳곳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삶에 대한 만족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쟁사회 체제의 정착과 이로 인해 사회 피로도 현상이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 사회에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도 지속적인 성장에 더하여, 소외된 계층의 마음을 돌보아주고 치유해 주는 일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수원 지동과 부천에서의 예술인 활동은 경기문화재단의 문화바우처사업의 하나로 이루어진 일이다. 예술이 사람들을 치유하고, 마음을 돌보고 있다. 예술이 주민에게 더 많이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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