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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김문수 지사의 ‘택시 딜레마’

 

잠시 뒤돌아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국회는 온도차는 있지만 공언한대로 재의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임기를 30여일 남긴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결국 형평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연간 1조9천억을 지원해야할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실효성도 한 요인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택시의 대중교통 여부를 확인해 보니 3분의 2가 ‘No’라는 점, 택시종사자 전반의 수혜가 아닌 사업주의 이득만 챙기게 된다는 점도 한몫 했다.

주지하다시피 이 법안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할 것이냐 여부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통과시키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왔다. 결국 새해 첫날 여야 국회의원 222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국적으로 30여만명에 이르는 택시종사자들과 직결돼 있다. 물론 법안 통과에 앞서 정부를 향해 종합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고, 정부와 관련업계 간 이견을 통합조정하지 못한 책임도 못 박았다. 국민을 대변해야할 정치권 입장에선 할 바를 다했다는 소명의식도 작용했을 법 하다.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왔다.

일단 이 대통령이나 정부, 국회 모두가 명분을 얻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국정 현안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챙겼고, 정부는 국회의 밀어붙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불가피한 사유를 챙겼고, 국회는 국민적 요구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당연한 결과라는 자신감을 챙겼다. 하지만 그럴까. 그럴듯한 명분을 얻을지언정 정작 다수의 국민, ‘교통 소비자’는 안중에 없었다. 번뜩이는 포장논리로 떠넘겼을 뿐이다.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택시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궁색한 반대의 보호막도 별반 무관심한 듯하다.

여기서 의문이 떠오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열린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에서 택시법 논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수렴을 지시한 이후다. 경기도의 입장은 조건부 찬성이라는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택시법에는 찬성한다. 재정 지원은 부담스럽다. 국비를 지원하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경기도의 재정여력이 어렵다는 사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견 없음’이라는 무대응·무대책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택시 도지사’를 자임해온 김 지사의 선택이 이렇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09년 1월27일 수원에서 첫 민생 택시체험에 나선 뒤,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27일까지 역시 수원에서 37번째로 마지막 운전대를 잡기까지 4천㎞ 이상을 운행했던 그였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수로 데뷔하기 위해 서울시 운전면허자격증까지 땄고 이틀간 연차를 내면서 교육까지 받은 그였다. 적어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 전까지는 그랬다. 8월 경선 후 한 차례 택시체험을 가진 뒤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택시법 시행으로 연간 400억~500억원을 지원해야할 대목에선 부담스러웠던 선택일 수밖에.

김 지사는 애초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자체 의견수렴을 거치도록 한 국무회의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물음에 답한 김 지사의 언급이다. 임기 말에 여야 합의통과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내할 수 있겠느냐는 그의 정치적 해석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이런 저간의 속사정이 중앙정부의 금고에 손을 내민 채 무답·무대응의 뒤로 손 빼버린 경기도의 택시법 해법, 되짚어 김 지사의 선택이었다. 도내 택시업계의 일부 볼멘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이제 시계추를 앞으로 돌려 기로에 선 택시법의 향배는 어디로 행선지를 잡을까. 여야 는 불편한 여론 추이에 일단 신중모드다. 재의결의 날을 곧추세우면서도 정부의 대체입법을 일단 들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국회 무시’라는 점에 공감대의 불만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트라우마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0~5세아 무상보육을 둘러싼 재정부담 논란이다. 지자체의 거센 반발을 낳았던 정치권의 선택, 다소 잠잠해졌지만 결국 내 호주머니를 또다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래서 김 지사의 선택에 잔뜩 고민이 묻어난 흔적에 수긍하면서도 실망스러운 아쉬움이 교차하는 대목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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