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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선거와 정부조직 개편

한경대교수, 행정학

이원희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직을 바꾸는 것이다. 가시적인 변화가 눈에 보이고, 새 정부의 정책 정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위에서 국회에 정부 조직 개편안을 제출하고 나서 새로운 양상의 기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예산 심의 국회에서 ‘쪽지 예산’이 쟁점이 되었듯이 지금은 쪽지 조직이 난무하고 있다. 관료영토 확보의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쪽지 예산의 의미를 패자부활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행정부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한 사업들이 국회 과정에서 재심의를 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공식화하여 처리하자고 주장하였다. 마찬가지로 국회의 조직 개편 관련 법률 개정 과정에서 이러한 쪽지가 난무하고 있지만, 국회 공청회는 유의미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점증을 공개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개편의 방향에 관해 논의가 필요하다. 오랜 관행과 수많은 업무가 쌓여져 운영되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조직을 생선회 요리하듯이 잘라내고 붙이고 하는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조직 개편의 효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발생하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당선인이 공약집에 있는 범위에서만 개편을 하고, 이에 과학, 정보통신, 해양수산부, 안전 기능의 강화만으로 범위를 한정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한두 개의 기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개편 범위가 확대되었다. 미래, 창조, 과학이 강조되면서 기능이 혼합되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되어야 할 과학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과 동거를 하게 되었다. 이해 관계자로 인해 소란스러운 사무실 공간에서 과학 기술의 장기적인 관점이 작동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더군다나 우정사업, 산학협동, 원자력 규제가 포함되어 정체성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저것을 빼앗긴 지식경제부를 위해 통상 기능을 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외교통상부와 전면전이 전개되고 있다. 냉전시대 외교부는 정보전이 중요했지만 지금과 같이 다자간, 양국 간 통상이 쟁점이 되는 시기에 외교와 통상을 분리시키는 게 효율적일 것 같지 않다. 산업자원부는 산업, 에너지, 자원, 중소기업의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하여도 충분하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를 화려하게 설계한 것에 비해 해양수산부는 물리적으로 분리만 하고 있다. 물류 기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기관의 업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안전을 강조하여 안전행정부로 개편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대응 기능의 확대 없는 명칭 변경의 실익을 찾기 어렵다. 차제에 소방방재청을 대응 기능인 소방청으로 재편하고 민방위, 방재 기능을 부처의 기능으로 하자는 것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조직 개편에는 비전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부처를 분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부주의에 의한 부처 통합과는 정면으로 구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대부주의에 대비하여 부처전문주의라고 할 만하다. 이에 걸맞게 업무의 전문성을 찾아 조직 설계의 원리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정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전, 과학 기술, 외교는 각 부처의 업무를 종합하는 게 중요한 기능이다. 현장 대응 기능과 구분하여 조정이 필요한 업무를 추출하는 노력 위에서 조직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으로 5년마다 조직을 바꾸는 것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조직의 구체적인 기능을 규정하는 정부조직법 위에 있는 가칭 정부조직관리기본법을 설정하여 함부로 정부 기능과 조직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국가의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조직 개편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수행 방식을 해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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