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일칼럼]극기 민족(克己 民族)
[장동일칼럼]극기 민족(克己 民族)
  • 경기신문
  • 승인 2013.02.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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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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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성대학교 총장

그리스신화에 보면 아들딸 낳는 대로 뱃속에 다시 넣어 과보호 하는 크로노스 신이 있다. 그래서 과보호를 크로노스 콤플렉스라 하여 로마클럽은 ‘문명 붕괴의 문명병’으로 경고까지 하고 있다.

자녀 과잉보호는 심각한 사회문제

소위 ‘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리는 현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는 많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쩌면 이러한 크로노스 신과 같이 자신의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러한 과잉보호가 현재 한반도의 가장 심한 환부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극기민속(克己民俗)이 발달한 나라였는데 말이다.

옛날 서울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열 살이 되면 삼각산(三角山) 백운대를 오르게 하여 그 정상의 아슬아슬한 뜀바위(決斷岩)를 함성을 지르면서 뛰어넘게 하여 고통과 위험과 겁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길러 주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안평대군도 이 백운대에 올라 뜀바위를 뛰어넘었고, 수양대군은 그 이웃에 있는 노적봉에 올라 담력을 길렀다고 한다. 왕실에서도 과보호는 없었던 것 같다.

시골에도 극기민속이 꽤 다양하게 퍼져 있었다. 열 살이 되면 일종의 소년집회소라고 할 수 있는 ‘애사랑’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데, 극기력을 시련 받는 관문을 거치지 않고는 애사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 훈련방법은 마을마다 달랐다. 피 시련자의 한쪽 신발을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상여집 속에 숨겨놓고 야밤에 가서 찾아오도록 하였다. 밤중에 귀신이 득실거린다는 상여집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간한 담력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매암춤’이라는 훈련방법도 있었다. 동구 밖 숲 거리에 외줄기 동아줄을 매어놓고 그 줄을 잡고 늘어지게 하고는 마냥 돌려댄다. 돌려댄 끝에 땅에 세웠을 때 비틀대고 쓰러지지 않을 때까지 계속 돌려댔던 것이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인내의 경험을 통하여 어릴 때부터 극기력을 길러주었던 것이다.

인생의 한 고비를 열 살로 잡았음은 서양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헤르만 헤세는 열 살이 되면 제 밥벌이를 시키는 유럽의 전통적 독립 교육을 찬양한 글을 남기고 있으며, 아이젠하워도 열 살 때 본인이 벌어서 학교에 다니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였다. 지금도 의무교육만 마치면 독립 자활하는 것이 상식이요, 그렇지 않은 것은 예외에 속한다.

독립심 기르는 적기 ‘10세’

이렇게 열 살이면 스스로의 독립심을 기르고 정신력을 길러 독립할 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전통의 교육 방식이었다.

어려서부터 이러한 결정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하여 극기 훈련을 시켰던 우리의 조상들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젊은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혼자 등산을 시키며 담력을 길러주었던 조상들의 극기 훈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자라 이제 성인이 되어야 할 자녀에게도 부모가 일일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 등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할 일들조차도 부모가 결정을 내려주고 해결해 주려 한다.

스스로 담력 쌓는 전통교육 시켜야

이는 자녀들에게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신감과 담력, 혹은 책임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부모가 언제까지나 자녀 곁에서 ‘헬리콥터 부모’ 역할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자녀는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스스로의 결정권을 행사해야 하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연습의 시간으로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전통적인 자녀교육 방식의 하나였던 극기 훈련을 통하여 스스로의 담력을 기르는 훈련을 시켜봄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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