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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연안여객선운임, 대중교통화 절실

 

섬사람으로 살기가 참으로 힘든가 보다. 지난 2월 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옹진군의회, 인천시민운동지원기금,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마련한 ‘옹진군 도서 활성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도서주민들은 가슴 속에 박힌 응어리를 토해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오신 주민들은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로부터 그들의 생존기반인 어장과 어구를 빼앗겨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북도면(신도, 시도, 모도)에서 오신 주민은 자식들을 학교에 등교시키는 데 2시간이 훌쩍 넘는다고 개탄했다. 육지에서는 평균 30분이란다. 도서 내에 학교가 없어 육지로 가야하지만 연륙교도, 연도교도 없어 빚어진 일이다.

그리고 옹진군 도서주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토로한 것은 육지와 도서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연안여객선의 운임문제였다. 주민들의 줄기찬 요구로 도서주민과 인천시민에게는 인하된 운임이 적용되지만 관광하려 찾아온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생존기반을 구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육지의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홀대 받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번 토론회를 열면서 벌어진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겠다. 오후 2시부터 열린 토론회는 여느 토론회보다도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지만 북도면에서 오신 주민의 간곡한 요청으로 4시 20분에는 막을 내려야 했다. 다름 아닌 살고 있는 도서로 갈 승선시간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토론회 분위기가 무르익고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주민들은 한꺼번에 토론회 자리를 떠야했다. 1박을 할 작정으로 이곳에 온 도서주민과 육지에 적을 둔 시민들만이 남아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주민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였지만 마음 편히 터놓고 얘기할 시간조차 없는 형편을 눈앞에서 보니 씁쓸했다. 어찌 보면 도서 활성화에 대한 깊이 있는 발제와 토론보다 이러한 상황이 토론회 개최 취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연안여객선운임 대중교통화를 통한 도서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제한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유인도서의 감소현상을 통해 도서주민들의 심각한 생활상을 폭로했다. 허 위원장 역시 덕적도에서 3대를 살아온 당사자이었기에 공감대를 일으켰다. 2006년 현재 489개였던 전국의 유인도서가 2009년 현재 470개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덕적도에선 초등학교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북도면에서도 매한가지 현상이 나타났다고 참석한 현지 주민이 증언해 줬다.

아픈 것도 도서에서 사는 본인들의 죄인가보다. 악천후에 선박은 물론 헬기도 제때 뜨지 않아 주검이 된 주민들의 사연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도서의 접근성이 취약하여 도서의 고립화가 심화됐고, 이는 먹고 살 기반 붕괴와 열악한 복지여건으로 이어져 생산적 활동을 펼쳐야 할 젊은이들의 이탈로 나타난 것이다.

연안여객선운임은 육지의 대중교통수단보다 적게는 1.1배에서 많게는 9.9배나 비싸다. 2조5천억원이 소요된 경춘선요금은 2천600원이다. 4천925억원이 소요된 천안∼아산선의 서울∼아산 간 요금은 2천300원이다. 인천에서 백령도와 연평도 간 요금은 4만∼5만원 선이고, 덕적도도 2만원 선이다. 다른 지역의 도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2013년 현재 SOC재정투자규모를 보면, 철도 6조8천951억원, 도로건설 8조2천269억원이다. 항만 1조4천614억원 중에 연안항투자는 0.5%에 불과하다. 국민이 많이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들 역시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할 의무를 버릴지도 모른다.

세계의 분쟁지역을 가보면 유인도와 무인도 여부를 두고도 다툼을 벌인다. 그래서 타 국가들은 정부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법률에 대중교통수단이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와 자치단체는 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도 갖고 있다.

남은 것은 위정자들의 정책의지이다. 연안여객선도 대중교통화해서 모든 내외국인들의 내방여건을 조성한다면 주민들의 정주환경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분쟁지역의 여지도 없앨 수 있다. 국민대통합은 육지와 도서 국민 간의 격차 해소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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